나지막이, 조금은 느릿한 말투. 마치 가랑비처럼 서서히 젖어드는 생각들은 어느새 신유라는 사람의 선명한 색채를 남긴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자란 소년이 어느덧 무대 위의 삶을 걸어가게 되기까지.
지난 1월 예산에 있는 본가에 다녀온 듯해요. 잠시 휴식의 시간이 되었을까요?
신유: 평소에 부모님께서 단톡방에 “딸기가 이렇게 지내고 있다.”고 영상을 찍어 보내주시면 근황을 알고 힘을 얻었거든요. 오랜만에 가족들도 보고 딸기(반려견)도 보니까 행복했습니다.(웃음) 딸기가 엄청 반기고 좋아하더라고요. 마침 영재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싶다고 와주기도 해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데뷔 이후 가족분들의 달라진 반응이 있었나요? 누나분들의 존재가 종종 언급되기도 했잖아요.(웃음)
신유: 큰 관심이 있긴 한데 또 엄청 크게 있다고는 할 수 없는….(웃음) 그런 느낌이에요. 누나들도 크게 신경을 쓰진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신경 쓰기는 하고요. 본가에 갔을 때 가족들이 사인해달라고 해서 뿌듯했던 경험이 있긴 합니다. 가족들이 밥도 잘 챙겨주고 몸 건강도 항상 물어봐주시고, 집에서는 사랑받는 막내로 잘 챙겨주세요.
이전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예산을 “조용하고 작은 동네”라 묘사한 적이 있어요. 요즘의 일상과 대비되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던가요?
신유: 집에서 문을 열면 논밭이 보이고 오후 8시만 되면 동네가 엄청 조용해져요. 항상 봤던 풍경이지만 조금 낯설더라고요. 오랫 동안 그런 환경에서 살았는데, 서울은 늦게까지 시끄럽잖아요.(웃음) 예산은 엄청 조용해서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조용함과 여러 곳을 오가는 지금의 생활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텐데, 낯선 환경에는 쉽게 적응하는 편인가요?
신유: 자연스러운 편이었어요. 새로운 공간에 갔을 때 누군가는 자기만의 것을 찾아야 적응하기도 하는데, 저는 낯선 곳에서도 ‘아, 이런 공간이구나.’ 하면서 녹아들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편하게 적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부터 둥글둥글한 성격인 것 같아요.
그런 유연함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몰두하는 취향에는 꿋꿋함이 있어요. 소위 ‘애착템’이 있다고 느꼈는데, 자주 입는 옷이라거나 항상 손에 들고 있는 콘솔 게임기처럼요.
신유: 의류 같은 건 정말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입고, 먹을 것도 꽂히면 질리도록 먹어요.(웃음) 음악도 하나에 꽂히면 질리도록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에요. 게임도 한 번 시작하면 다 깰 때까지 손을 놓지 않는 것 같아요. 큰누나가 데뷔 전에 게임기를 사줘서 그때부터 하게 됐는데, ‘젤다’ 시리즈나 ‘별의 커비’ 시리즈를 주로 했어요. 한 번 시작하면 오래오래 하는 게임을 좋아해요. 승부욕이 좀 있는 편인가 봐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엔딩까지 봐야 하는 스타일인데, 데뷔 전 여유가 있을 때는 하루 종일 한 적도 있어요.(웃음) 다 깨면 후련해서 몇 달간 만지지 않고요.
그렇게 끝까지 파고든다는 점은 신유 씨가 하는 일과 맞닿는 경향이 있어 보여요. 집중해서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들이 어떻게 다가와요?
신유: 앨범을 준비할 때, 안무를 준비할 때, 딱 끝마쳤을 때의 쾌감이 있어요. 뭐랄까, 레슨이 딱 끝나면 ‘오늘도 뿌듯한 하루를 보냈구나. 알찼다.’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기복이 조금 있어도 신경을 덜 쓰려고 노력해요. 잘 안 될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게 좋지 않더라고요.
‘2025 TWS 1ST FANMEETING 〈42:CLUB〉 IN SEOUL’ 같은 무대를 준비하거나, 반응을 느꼈던 순간들은요?
신유: 팬 미팅은 그 공간에서 어딜 봐도 42분들이니까 뿌듯하고 기뻤어요. ‘hey! hey!’ 무대를 네 번 했는데도 들어갈 때 아쉬웠고 그래서 더 함께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딜 가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조금 더 차분하고 나른하다면, 무대는 무대인 만큼 집중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청바지’ 같은 무대는 에너지를 확 끌어올려야 하니까, 평소의 신유는 집어넣고 무대의 ‘신유’를 끄집어내는 것 같아요. 42 여러분들이 만족스러우실 수 있게 프로 같은 모습을 끌어오려고 노력해요.
에너지를 끌어올리려면 꽤나 집중력을 필요로 할 것 같아요.
신유: 곡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카메라 필름을 갈아 끼우듯이 바로바로 콘셉트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무대에 들어가기 10분 전에 멤버들끼리 모여서 리마인드를 하거든요.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인데, 그럴 때 흩어져 있던 생각을 하나로 모으면서 팬 미팅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춰요.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무대의 퀄리티가 더 올라가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경험들이 이번 앨범 ‘TRY WITH US’를 준비할 때 영향을 줬을까요? 타이틀 곡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의 안무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맞춰야 할 부분도 많아 보였어요.
신유: 일단 무대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경험이 생기다 보니 어떻게 해야 ‘팬분들이 좋아해주시겠다.’ 어느 정도 감이 서더라고요.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킬포(킬링포인트의 준말)’ 같은 거요.(웃음) 이번에도 제 나름의 ‘킬포’를 넣어봤는데, 42분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안무는 컴백을 할 때마다 ‘와, 그때보다 훨씬 힘들구나.’ 했는데 또 갱신인 것 같습니다.(웃음)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쏟았던 만큼 잘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무가 뭐랄까, 직관적이고 귀엽지만 또 마냥 귀엽지만은 않아서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TWS가 잘할 수 있는 청량의 느낌이 되겠구나 했어요. 이번에도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 설레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에서 신유 씨가 랩 파트를 맡았는데, 다양한 다이내믹을 주되 신유 씨만의 스타일은 유지되더라고요.
신유: 듣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그사이에 디테일을 넣었어요. 더블링 구간을 잘 들어주시면 재밌게 들리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스타일의 랩을 해왔다 보니, 이번 앨범 때는 살짝 바꿔볼까 하고 시도를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디렉팅해주는 분이나 많은 분들께서 “원래대로 하는 게 너답다.”고 하셔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녹음을 받아봤는데 역시 계속 추구하던 방향이 괜찮은 것 같아 너무 다행이었어요.
본인만의 디테일이 있네요. 예를 들어 이전 ‘Aqua Man’ 커버에서는 깔끔함을 보여주다가도, 이번 앨범의 ‘Freestyle’에서는 약간 껄렁한 ‘멋’이 담겼더라고요. 랩을 할 때 신유 씨만의 톤은 어떻게 잡아요?
신유: 연습생 때 카피 랩을 많이 했어서, 그때부터 제 스타일을 만들어 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카피할 때는 원곡을 들어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그중 베스트만을 모아 가창을 하는 편이었어요. 확신이 안 서면 선생님들께 많이 여쭤보고, 멤버들에게도 물어보고 그걸 좀 더 발전시켜요. ‘Freestyle’은 녹음할 때 고개를 들고, 눈은 약간 아래를 바라보고, 말하듯이 랩을 했어요. 이런 곡을 녹음할 때는 제가 연습했던 느낌을 보여드리면서 의견을 내보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TWS의 청량함과 약간의 성숙함이 더해진 ‘Lucky to be loved’ 같은 곡이나 퍼포먼스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미묘한 톤을 잘 표현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신유: 약간 애매한 선에서 왔다갔다 하는 춤들이 조금 어렵더라고요. ‘Lucky to be loved’는 안무를 배울 때 높은 에너지와 나른함 사이에서 하다 보니 처음에는 헤맸던 것 같아요. 제가 2절 벌스를 맡고 있는데, 가사에도 집중해주시면 좋겠어요. 이 노래의 가사에 ‘내가 바라던, 꿈꿔왔던 일들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연습생 때 연말 무대에 서는 게 제가 바라던 꿈인데, 감사하게도 정말 많이 오를 수 있게 되어서요.
그런 감각이 연습 과정에서 동력이 되기도 하나요?
신유: ‘아, 이런 부분을 팬분들이 좋아해주시겠다.’ 하는 게 생겨서, ‘무대의 퀄리티를 좀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사실 연습하며 지칠 때는 경민이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웃음) 형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줄 때가 많은데, 그럴 때 힘이 나고 정신도 차리게 되더라고요. 저는 멤버들이 집중력이 필요할 때나 아니면 무언가 놓치고 있을 때 리마인드를 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제가 쓴소리를 잘 못해서.(웃음)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요. 멤버들이 항상 이해해주고 따라와주니까 그만큼 저도 노력해야겠다 싶었어요. 같이 성장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려면 서로 좋은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TWS의 ‘모닥불’ 시간처럼요.
신유: 아직도 깨 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끼리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어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뭔지, 반대로 팀의 성장에 있어 필요 없는 건 무엇인지. 저희끼리 뭉쳐서 고민을 많이 했기에, 팀이 조금 더 견고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말을 하고 나서 뒤끝 없이 끝을 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웃음) 그래야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유 씨가 팀의 ‘훈장님’으로 통하기도 하잖아요.(웃음) 어찌 보면 직설적인 피드백이 조심스러울 텐데, 적어도 예의에 대해서는 단호한 면이 있는 듯해요.
신유: 아무래도 저희는 여러 스태프분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에 있다 보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짚어주는 편이에요. 그런 부분은 팀을 위해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면 좋을 듯해서요. 아무래도 가족들 사이에서 막내로 자라다 보니까(웃음) 예의에 있어서는 교육을 많이 받은 영향인 것 같습니다.
본인의 MBTI와는 정반대인 ‘ESTJ’를 부러워한다고 자체 콘텐츠를 통해 말한 적이 있어요. 일을 하면서 그 필요성을 느꼈던 걸까요?
신유: 활발하지만 냉철하고, 계획적이고. 저와 반대되는 것에서 오는 매력이 있었어요. 특히 ‘T’가 부러운데, 동생들은 조언이 필요할 때 ‘T’처럼 현실적인 피드백을 원할 때가 많아서(웃음) 애를 먹고 있는 중입니다. 상황이 흘러가고 있을 때 그걸 정리해주면 좋을 텐데, 아직 우물쭈물할 때가 많아서요. 리더로서 ‘T’적인 모먼트로 말해야 할 때가 있는데 완전 ‘F’라서(웃음) 좀 많이 부러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신유 씨만이 팀에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느끼거든요. 예를 들어 팬 미팅에서 멤버들에게 썼던 편지에 담긴 섬세함이 그랬어요.
신유: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고, 그렇게 해야 그 진정성이 전달될 것 같았어요. 너무 소중한 멤버들이어서요. 멤버들이 서로를 너무 아끼고 생각해줄 때, 그럴 때 되게 가족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저도 처음에는 가까워지는 걸 어려워하지만 친해지고 나면 내 사람이라 느끼는데, 멤버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같이 뭔가를 만들어 나갈 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고, 함께 있을 때의 안정감이 있어요. 그 끈끈함이 저희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멤버들 사이의 익숙함이 드러난 게 숙소에서의 모습 같았어요. ‘[TWS:CLUB] 투숙생 : 투어스 숙소 생활’에서 신유 씨가 숙소에서는 본인만의 공간과 시간을 편하게 여기는 인상이었어요.
신유: 네, 저는 적응이 잘 됐어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영재가 많이 챙겨주기도 하고요. 아, 사실은 영재가 참아주는 쪽인데요. 어질러져 있는 것 같지만 나름 저만의 규칙이 있는 거라.(웃음) 저는 쉴 때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하고, 영상 시청을 좋아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게임이나 먹방도 좋아하고, 자연 같은 것도 좋아해서 그런 다큐멘터리 채널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서요.
개인적으로 신유 씨가 느끼는 이 생활의 편안함이 드러나면서, 종종 의외의 순간이 튀어나온다고 느꼈거든요. ‘이 조명, 온도, 습도, 그리고 🎻’ 영상처럼요.(웃음)
신유: 네, 약간 뜬금없는 걸 좋아해서. 그 숏폼을 처음 봤을 때 멤버들을 세워놓고 너무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연습을 했어요. 한두 번 연습으로는 안 돼서 좀 많이 했습니다. 그런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유 씨의 모습이 더 있나 봐요.
신유: 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일을 하다 보면 때로 본인도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잖아요. 혹시 신유 씨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신유: 무대 위에 있을 때 행복한 기분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 과정을 다 이겨내고 마쳤을 때의 뿌듯함이 행복에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무대를 보면서 좋아해주신 42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전혀 힘들지 않을 정도예요.
신유 씨가 꿈꿔온 행복을 조금씩 만나는 중이네요.(웃음) 혹시 오늘의 신유 씨가 과거의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인생 영화로 꼽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처럼.
신유: 사실 연습생 때는 데뷔에 대한 불안도 있었다 보니, 한때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던 적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가면, 꼭 좋은 날이 올 거야.’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이제는 무대를 상상하면서 준비하다 보니까, 그 과정도 지루하지 않거든요. 그게 저를 설레게 만들고 있어서요.
앞으로를 함께할 42들과의 나날이 더욱 기대되겠어요.
신유: 저희는 정말 청춘을 노래하는 팀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TWS를 보고 들을 때마다 벅차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그런 팀이 되고 싶습니다.
- 경민 “더 잘하고 싶다, 이건 진짜 끝이 없는 것 같아요”2025.05.02
- 지훈 “제가 가진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어요, 멤버들에게”2025.05.01
- 영재 “더 멋있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건, 당연한 것 같아요”2025.04.30
- 도훈 “저는 실력도 멋이라고 생각하거든요”2025.04.29
- 한진 “42분들의 눈빛을 최대한 마음속에 다 간직하려고 해요”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