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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The Marías Instagram

마리아스는 푸에르토리코 태생으로 애틀랜타에서 자란 보컬리스트 마리아 사르도야(María Zardoya), 드러머이자 프로듀서 조쉬 콘웨이(Josh Conway)가 중심을 이루는 LA 밴드다. 두 사람은 마리아 사르도야의 공연 중 우연한 만남으로 함께 음악을 쓰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들의 창작적, 개인적 관계는 2016년 4인조 밴드 마리아스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밴드의 이름은 마리아 사르도야의 이름과 같다. 이는 마리아 사르도야가 밴드의 예술적 정체성을 대변한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마리아스는 현재 공연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밴드다. 이들은 2024년, 두 번째 앨범 ‘Submarine’ 발표를 기념하며 ‘서브마린 투어’를 시작했다. 6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주요 도시와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을 방문했다. ‘서브마린 투어’는 전석 매진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열기는 2025년 음악 페스티벌 무대로 이어졌다. 요즘 페스티벌에서 밴드는 오래된 거물의 복귀 무대가 더 큰 조명을 받는다. 마리아스는 헤드라이너는 아니지만 젊은 밴드로서 출연진 목록의 첫 줄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 4월 코첼라(Coachella), 7월말 예정된 롤라팔루자(Lollapalooza) 등 대형 행사도 예외가 아니다. ‘서브마린 투어’의 연장도 확정했다. 7~9월에 거쳐 미국 공연을 추가하고, 같은 기간 중 힌터랜드(Hinterland), 쉐이키 니즈(Shaky Knees), 올 씽스 고(All Things Go) 등 다른 페스티벌에도 연이어 등장한다. 이들의 쉴 틈 없는 행보는 하루 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2016년 데뷔 이후 10년에 걸쳐 쌓인 꾸준함은 시대와 호응하며 인기 밴드로 가는 발판이 되었다. 이들의 특징과 가장 중요한 순간을 담은 노래 다섯 곡을 골랐다. 마리아스의 세계로 들어가는 지름길이 되길 빈다. 

The Marías - ‘Cariño’
마리아스의 표면적으로 두드러지는 가장 큰 특징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매끄럽게 오가는 이중 언어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마리아 사르도야의 라틴 배경을 강조하는 장치 이상으로, 이들의 노래에 담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는 선택이다. 2018년 두 번째 EP ‘Superclean Vol. II’의 수록곡으로 발표한 ‘Cariño’는 대표적인 예다. 이 노래는 순수하고 간결하지만, 동시에 아름답고 강렬한 러브 레터다. 뮤직비디오는 라틴 아메리카를 연상시키는 풍광과 대조되는 마리아 사르도야의 존재감, 그리고 마리아치의 현대적 변용으로 보이는 밴드 멤버와 약간의 유머를 더한다. 흐릿한 언어의 경계 덕분에, 이야기는 모호하고 이미지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The Marías - ‘I Don't Know You’
마리아스는 지리적 경계 만이 아니라 장르의 분류를 초월하는 사운드로 더 유명하다. 이들은 인디 팝, 사이키델릭, 소울 사이의 어딘가를 배회하면서, 때때로 재즈와 라운지 음악의 영향도 드러낸다. 이는 감각적인 접근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지명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적 영향의 결과다. 마리아 사르도야는 노라 존스, 샤데이, 니나 시몬, 에리카 바두의 영향을 말한다. 동시에 그처럼 미국 태생의 라틴 아티스트였던 셀레나, 훌리에타 베네가스를 언급한다. 음악적 파트너 조쉬 콘웨이는 테임 임팔라, 디안젤로, 스트록스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명단은 향수를 일으키면서도 현대적이고, 미니멀하면서도 관능과 몽환을 담는 특유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이들은 2017년 데뷔 EP ‘Superclean Vol. I’부터 자신의 시그니처를 이미 완성하고 있었다. 특히, ‘I Don't Know You’는 마리아 사르도야와 조쉬 콘웨이의 듀엣으로 파국에 이른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내 침대에 너의 몸과 말의 무게가 남아 있다’고 노래한다. 마리아스는 음악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는데, 보여준 것만큼이나 생략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이들은 영화적이다.

The Marías – ‘Hush’
2021년, 마리아스는 첫 정규 앨범 ‘Cinema’를 발표했다. 앞선 두 장의 EP가 밴드 특유의 문화적, 장르적 다양성을 시험했다면, 제목부터 ‘영화’로 요약된 데뷔 앨범은 음악적인 목표와 완성도 측면에서 다음 레벨을 노린다.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76위를 기록하고, 최우수 엔지니어링 앨범(Best Engineered Album, Non-Classical)을 포함하여 그래미 2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대표적인 싱글 ‘Hush’는 얼터너티브 에어플레이 33위에 오르는 등 라디오에서 반응을 얻으며 마리아 사르도야의 목소리가 일반적인 장르의 경계 안에서도 매력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얼터너티브만이 아니다. 또 다른 히트곡 ‘Un Millón’는 레게톤 리듬을 결합하여 라틴 지역에서 큰 반응을 얻으면서, 이들의 대중적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Bad Bunny (ft. The Marias) - ‘Otro Atardecer’
마리아스가 첫 앨범까지 쌓아온 서사는 슈퍼스타 배드 버니(Bad Bunny)와의 협업을 거쳐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다. 마리아스는 2022년 배드 버니의 히트작 ‘Un Verano Sin Ti’에 수록된 ‘Otro Atardecer’에 참여한다. 이 노래로 마리아스는 미국과 중남미 전역에 걸친 라틴 음악 시장에서 확실한 인지도를 얻는다. ‘Otro Atardecer’는 마리아스의 첫 빌보드 핫 100 히트곡으로 49위까지 오른다.

이는 단순히 인기 스타와의 협업으로 인한 노출 증가라고 평가할 수 없다. 마리아스는 그에 앞서 이중 언어, 문화에 기반한 고유의 음악적 개성을 지키면서, 얼터너티브와 레게톤 등 인기 장르를 구사할 수 있음을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덕분이 이들은 미국 인디 밴드와 현대 라틴 음악의 접점에서 활약할 수 있는 드문 입지를 구축했다. 마리아스가 배드 버니의 덕을 보았다면, 그만큼 배드 버니도 마리아스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베니 블랑코(Benny Blanco)와 함께한 'Ojos Tristes'로 다시 한 번 증명된다.

The Marías - ‘No One Noticed’
마지막으로 마리아스의 최신작 ‘Submarine’에 이른다. 2024년 5월에 나온 두 번째 앨범은 감정적으로 마리아 사르도야와 조쉬 콘웨이의 이별에 영향을 받았지만, 두 사람의 음악적 협업은 계속되고 있다. ‘Submarine’은 빌보드 200 17위로 데뷔하여, 이들의 새로운 위치를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No One Noticed’는 틱톡에서의 인기로 인해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이 노래의 우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슬픔을 표현하는 동영상에서 자주 사용되었다. 특히,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 곡을 따라 부르는 영상을 올리면서 스트리밍 유입이 꾸준히 증가한 바 있다. ‘Submarine’과 빌리 아일리시의 ‘Hit Me Hard And Soft’ 앨범이 푸른 물의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관계다. 결국 ‘No One Noticed’는 빌보드 핫 100 22위에 올라, 마리아스의 최고 히트곡이 되었다.

마리아스는 ‘Submarine’이 데뷔 EP 시리즈와 ‘Cinema’를 포함하는 3부작의 마무리라고 밝힌 바 있다. 2025년에는 신곡 ‘Back To Me’를 선보이면서 이미 다음 챕터를 준비하는 듯 하다. 따라서 곧 시작될 새로운 투어와 페스티벌 출연은 단지 2024년의 성공적인 투어를 연장한 것이 아니라, 마리아스의 다음 10년이 어떤 모습일지 엿보는 기회일 수도 있다. 마리아스는 올해 코첼라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리고 다가오는 롤라팔루자를 기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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