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는 2014년 음악 경력을 시작한 이후 ‘Short n’ Sweet’이라는 대형 히트작을 만날 때까지 10년이 걸렸다. ‘Short n’ Sweet’은 충실한 팬 기반을 가진 인기 아티스트를 글로벌 슈퍼스타로 바꿔놓았다. 수록 곡 ‘Please Please Please’, ‘Taste’, ‘Espresso’는 각각 빌보드 핫 100 1, 2, 3위까지 올랐다. ‘Espresso’가 3위일 때, ‘Please Please Please’가 2위로 데뷔했다. 두 노래가 아직 4위와 3위일 때, ‘Taste’는 2위로 데뷔했다. 요컨대 그의 곡 중 3개가 첫 톱 5를 같은 주간에 기록한 것이다. 비틀스 이후 처음이다. 2024년 여름 사브리나 카펜터가 얼마나 빠르게 부상했는지 알려주는 사실이다. 이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앨범, 레코드, 노래, 신인 등 주요 부분 4개에서 모두 후보가 되었고, 베스트 팝 보컬 앨범과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의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새 앨범 ‘Man’s Best Friend’는 정확히 1년 만에 등장했다. 앨범 사이의 공백이 보통 수년에 이르는 시대에 이례적으로 빠른 속편이다. 특히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그것도 미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앨범 이후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대형 투어로 그 결과를 온전히 누려야 하고, 새 앨범에도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이런 가속적 행보가 미성숙하거나 반복적인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했을 정도다.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포함한 앨범 커버를 둘러싼 논쟁은 실제로 서두름이 낳은 실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Man’s Best Friend’는 팝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브리나 카펜터’라는 캐릭터를 탐구하는 작업의 완결편이라고 할 만하다.
2022년 작 ‘Emails I Can’t Send’를 돌이켜보자. ‘Nonsense’는 사브리나 카펜터의 대중적 이미지가 만들어진 사건에 가까운 노래다. “널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넌센스)만 생각나 (Lookin’ at you got me thinkin’ nonsense)”라는 가사는 일반적인 팝의 주제와 표현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래의 아웃트로 부분은 코러스 멜로디에 맞춰 “이 노래는 수두보다 중독적이야 (This song catchier than chickenpox is)” 등의 가짜 (그리고 넌센스) 가사를 담았다. 그는 당시 투어에서 이 노래의 마지막에 매번 다른 애드리브를 추가했다. 대부분 공연 중인 도시의 이름을 언급하지만 때때로 성적인 암시를 담아냈고, 이는 틱톡 바이럴로 이어졌다. 요컨대 귀여운 겉모습 아래 재치 있고 거침없는 농담을 던지는 페르소나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발견되었다.

‘Short n’ Sweet’은 문제의 페르소나를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돌리 파튼과 아바처럼 시대와 장르가 각기 다른 아티스트 사이의 균형점에 놓인 새로운 아이콘으로 구체화한 결과물이었다. 잭 안토노프, 에이미 앨런, 존 라이언 등 주요 송라이터, 프로듀서들이 이를 음악적으로 뒷받침했다. 사브리나 카펜터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 그 남자를 밤새 잠들 수 없게 만드는 ‘Espresso’라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여성은 ‘Please Please Please’에서 사고뭉치 남자친구에 대해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킨다. ‘Taste’에서는 그의 새로운 여자친구에게 “그가 키스할 때 넌 날 맛보는 것”이라고 쏘아붙인다. 뮤직비디오는 이에 어울리는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드러내면서도 현대적 트위스트를 덧붙여 복합적인 이미지를 쉽게 전달한다. ‘Please Please Please’는 커플 범죄자 로드 무비를, ‘Taste’는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와 호러 문법을 차용한다. 그 안에서 사브리나 카펜터는 무모하게 사랑을 좇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남자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자적인 존재와 매력을 긍정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투어는 어땠을까? ‘Juno’ 포즈는 또 다른 짧고 강렬한 아이콘이 되었다.
이 흐름 안에서 ‘Man’s Best Friend’는 ‘Short n’ Sweet’이 남겨 놓은 여지에 빛을 비추는 자연스러운 연장이자 완결이다. 앨범 하나로 20~30곡을 쏟아내고, 확장 버전으로 그만한 곡을 더 얹는 시대에 ‘Short n’ Sweet’의 12곡, 36분 분량은 일종의 시험대에 가깝다. 그 시험이 성공을 거두고 아직 할 말이 남았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더 빠르고 능숙한 것이 놀랍지 않다. 핵심적인 조력자 잭 안토노프, 에이미 앨런, 존 라이언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그 이상으로 확장하는 것도 피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창작 팀을 유지했다. 사브리나 카펜터가 앨범의 작업 과정을 “밴드 같았다.”고 묘사한 이유다.
동시에 사브라나 카펜터는 이 앨범을 여전히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남겨 두었다. 모든 트랙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며 창작 과정을 주도한 것은 물론이고, 앨범의 정서는 본인이 겪은 최근의 이별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 뮤직’ 인터뷰에서 그 경험이 “의도하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덜 슬펐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롤링스톤’에서 밝혔듯 “슬프지만 여전히 흥분되고, 자기 인식이 강한 (sad but still horny and altogether self-aware)” 표현으로 이어졌다. 사브리나 카펜터는 다른 인터뷰에서 “이 앨범이 보수적인 청중에게는 맞지 않을 것 (it is not for the pearl-clutchers)”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잘 알고 있다. 사브리나 카펜터는 발견되었지만, 우리가 모든 면을 봤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다.

앨범에 앞서 공개된 ‘Manchild’는 ‘Short n’ Sweet’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제목부터 ‘애어른’이고, 뇌의 절반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남자들이 왜 자꾸 자신에게 반하는지 고민한다. 뮤직비디오는 미성숙한 파트너에 대한 비판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면서, 영화 예고편과 같은 빠른 편집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한편으로 사브리나 카펜터는 재앙적인 상황에서 바로 다음 차량으로 뛰어든다. ‘애어른’들만큼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이 매섭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로 ‘보수적인 청중’을 걱정한 것이 아니었다.
‘Tears’는 이미 익숙한 제목에서 출발하는 관계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지만, 표현의 수위에서 몇 발짝 더 나아간다. 이 눈물은 뺨이 아니라 허벅지를 타고 흐른다. 뮤직비디오도 한층 다르다. 캠프 호러 장르의 도입으로 시작해 ‘록키 호러 픽쳐 쇼’로 이어진다. 그는 ‘Tears’의 VMA 시상식 공연을 유명 드랙 퀸들과 함께 꾸몄고, 무대 위에는 트랜스 권리에 대한 피켓이 등장했다. 최근의 여러 시상식을 떠올려봐도 가장 명백한 정치적 선언이다. 이 무대는 ‘Man’s Best Friend’ 시대 전체에 걸친 예술적 메시지를 재구성한다. 앨범의 제목, 커버 이미지, 가사 전반의 성적 함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그것이 의도적인 풍자와 도발이라는 답을 내놓은 셈이다.
이것이 사브리나 카펜터가 원한 바라면, ‘Man’s Best Friend’는 나와야 하는 앨범이다. 그것도 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최대한 빨리 나와야 하는 앨범이다. 앨범은 전작과 대비되는 새로움으로 그 가치를 증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익숙한 것을 다듬고 정제하여 ‘Short n’ Sweet’의 청중에게 드러나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의 충성도는 시험 받겠지만, 그것은 음악적 후퇴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남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메시지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오히려 반문하는 것에 가깝다. 당신은 도발을 연대에 대한 요청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사브리나 카펜터의 다음 시대는 아마 이 질문에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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