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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김민경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The Life of a Showgirl’과 노래 ‘The Fate of Ophelia’가 빌보드 200과 핫 100을 5주 연속 석권했다. 두 차트에서 동시에 1위 데뷔는 역사상 16번의 사례가 있으며 테일러 스위프트만 7번으로 가장 많다. 그중에서도 2주 차 독식은 2번뿐이었다. 2022년 ‘Midnights’와 ‘Anti-Hero’, 2024년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이하 ‘TTPD’)’와 ‘Fortnight’이다. ‘The Life of a Showgirl’과 ‘The Fate of Ophelia’는 5주간의 최초이자 최장 기록을 새로 수립했다.

빌보드 200에서 ‘The Life of a Showgirl’의 성적을 자세히 보자. 이 앨범은 지난 10월 18일 자 빌보드 200 차트에서 역사적인 400만 단위 성적으로 데뷔한 이후 총 5주 연속 1위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개인 통산 91주간 1위로 솔로 아티스트 중 최다 기록을 연장 중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67주간 1위가 그 다음이다.

2025년 1위 데뷔 앨범 중 2주 이상 버틴 앨범은 3장에 불과하다. 나머지 2장은 모건 월렌의 ‘I’m The Problem’(첫 8주간 1위, 총 12주간 1위), 플레이보이 카티의 ‘MUSIC’(첫 2주간 1위, 총 3주간 1위)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작 ‘TTPD’는 첫 12주간 1위, 총 17주간 1위 기록을 남긴 바 있다.

‘The Life of a Showgirl’의 2주 차 성적은 33.8만 단위로 한 주 사이에 92% 감소했다. 데뷔 주간의 성적이 높은 만큼 하락폭도 크다. 하지만 이조차도 2025년 주간 성적 중 5번째에 해당한다. 2024년 ‘TTPD’의 2주 차 성적은 43.9만 단위였다. ‘TTPD’보다 2주 차 성적이 감소한 원인으로 앨범의 변형 버전을 데뷔 주간에 집중시킨 전략이 지목된다. 참고로 지난 5주간 2위를 지킨 ‘K-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의 주차별 종합 성적은 9.6만-10.4만-9.6만- 8.4만–8.4만 단위였다.

다음은 핫 100이다. ‘The Life of a Showgirl’은 1주 차 당시 앨범 수록 곡 12개 전부를 핫 100 1~12위에 올리는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한 바 있다. 2주 차도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톱 10 중 8곡, 14위 이내에 12곡이 남았다. 핫 100 1~14위 중 12개 독식은 역대 5번 달성 기록이 있지만, 앨범 발매 2주 차에는 처음이다. 따라서 한 앨범이 두 번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기존 4번의 기록 중 3번도 테일러 스위프트였고, 나머지 1번은 드레이크다. 3주 차에는 1, 4, 5, 6위로 톱 10 중 네 자리를 차지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톱 10 중 4곡 이상 진입을 7번 달성해서 역대 가장 많다. 드레이크가 6번, 켄드릭 라마와 비틀스가 각각 5번이다.

‘The Fate of Ophelia’의 2주 차도 진기록을 남겼다. 이 노래는 발매 2주 만에 라디오 송 차트 톱 5에 진입했다. 이와 같거나 빠른 기록은 역대 두 번에 불과하다. 2021년 아델의 ‘Easy on Me’가 1주 만에, 2011년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가 2주 만에 달성했다. 또한 2주 차 스트리밍 4,910만 회로, 첫 2주간 4,000만 회 돌파는 켄드릭 라마의 ‘Not Like Us’(4주간), 포스트 말론과 모건 월렌의 ‘I Had Some Help’(2주간) 이후 처음이다. 켄드릭 라마와 시저의 ‘luther’도 데뷔 시점은 아니지만 올해 초 ‘슈퍼볼 하프타임 쇼’ 이후 3주간 4,000만 회를 넘긴 바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 개인으로는 2017년 ‘Look What You Made Me Do’ 이후 처음이다. 과거 기록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노래 자체의 화제성과 아티스트의 스트리밍 장악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The Fate of Ophelia’는 5주 연속 정상을 지키면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3번째 5주 이상 1위 곡이 되었다. 2022년 ‘Anti-Hero’가 8주간, 2014년 ‘Blank Space’가 7주간 1위에 오른 바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통산 41주간 핫 100 1위에 올랐다. 이는 마이클 잭슨의 37주간, 브루노 마스의 39주간을 넘어 단독 8위에 해당한다. 바로 위에는 비욘세의 46주간, 어셔의 47주간이 있다. 이 분야의 1위는 머라이어 캐리의 97주간이다. 2주 이상 1위를 기록한 노래만 모아 보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8곡으로 비욘세, 재닛 잭슨, 케이티 페리, 슈프림스와 함께 공동 5위다. 이 분야의 1위도 머라이어 캐리의 17곡이다. 4주 이상 1위를 기록한 노래로 더 좁히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5곡으로 비틀스, 드레이크, 브루노 마스, 케이티 페리와 함께 공동 5위다. 역시 머라이어 캐리가 7곡으로 1위다.

‘The Fate of Ophelia’의 부문별 성적 중 음원 판매 추세가 특이하다. 1주 차에는 음원 판매가 아예 없는데, 당시 앨범 단위로만 음원을 출시하고 개별 트랙 구매는 불가능했다. 앨범 판매에 주력하는 전략이었다. 2주 차에는 1위 곡 ‘The Fate of Ophelia’만 별도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4주 차, 11월 8일 자에 차트에서 2.2만 단위로 재상승한다. 10월 28일 오후부터 ‘The Fate of Ophelia’의 ‘Alone in My Tower Acoustic Version’ 음원을 공개한 덕분이다. 동 차트의 성적 집계 기간은 10월 30일까지로 새로운 버전의 판매 성적이 하루 반 정도 반영될 수 있었다. 최종 스트리밍과 라디오 성적에서 ‘Golden’과 ‘The Fate of Ophelia’의 격차는 크지 않았고, 새로운 음원이 없었다면 1, 2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5주 차, 11월 15일 자 차트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Alone in My Tower Acoustic Version’ 판매 성적이 1주일을 꽉 채웠고, 성적 집계 기간 막바지인 11월 6일에 ‘Loud Luxury Remix’가 추가되었다. 같은 주간 ‘Golden’은 스트리밍과 라디오 모두 ‘The Fate of Ophelia’를 앞섰다.

11월 15일 자 차트에서 연말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핫 100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31위, 왬!의 ‘Last Christmas’가 43위로 복귀했다. 빌보드 200에서도 빈스 과랄디 트리오의 ‘A Charlie Brown Christmas (Soundtrack)’가 85위로 재진입했다. 머라이어 캐리의 ‘Merry Christmas’는 113위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스트리밍은 지난주의 3.5배에 달하는 990만 회로 스트리밍 송 차트 25위로 재진입했다. 라디오 송 차트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지난 주 차트까지 아예 없던 수준의 에어플레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동 차트의 성적 집계 기간은 10월 31일부터 11월 6일이다. 11월이 되자마자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연말 시즌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반복된 패턴이기도 하다. 2024년 11월 1~7일 집계 기간에도 스트리밍 1,040만 회, 2023년 11월 3~9일에는 스트리밍 1,080만 회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동 차트 집계가 시작된 10월 31일은 핼러윈 당일이었다. 핼러윈 시즌의 대표 곡은 마이클 잭슨의 1984년 작 ‘Thriller’이고, 11월 8일 자 32위에서 11월 15일 자 10위로 뛰어 올랐다. 이 노래는 1984년 당시 핫 100 4위까지 오른 바 있으며, 그 이후 처음으로 톱 10에 복귀했다. 이로써 마이클 잭슨은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10년대, 20년대에 모두 톱 10 히트 곡을 낸 최초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Thriller’의 주간 성적은 스트리밍 1,400만 회로 스트리밍 송 차트 6위, 음원 판매 3,000건으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5위다. ‘Thriller’는 2018년 이후 매년 핫 100에 재진입했지만, 2021년 19위가 가장 높은 순위였고 대부분은 20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주간 성적이 평년보다 특별히 늘어난 것은 아니다. 2024년 핼러윈 전후 2주간의 스트리밍을 보면 580만 회와 1,700만 회다. 올해는 890만 회와 1,400만 회로 합쳐보면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시장의 경쟁이 예년보다 약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Life of a Showgirl’이 발매 후 한 달이 지나면서 스트리밍 지배력이 주춤하지만, 이를 대체하는 히트 곡이 아직 없어 상위권의 스트리밍 총량이 다소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Thriller’는 2024년 핼러윈 시즌에 1,700만 회 성적으로도 스트리밍 송 차트 14위였다.

빌보드는 10월 25일 자 차트부터 핫 100의 재진입 규칙(Recurrent Rule)을 변경했다. 이는 차트에서 하향세에 접어든 오래된 노래를 배제하고, 나중에 재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전에는 차트 진입 52주 후 25위 미만, 20주 후 50위 미만으로 떨어진 노래는 차트에서 제외되었다. 새로운 규칙은 상위권의 노래가 좀 더 제거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제 78주 후 5위 미만, 52주 후 10위 미만, 26주 후 25위 미만, 20주 후 50위 미만이면 핫 100에서 탈락한다. 동 기준에 의해 차트에서 제외된 노래는 향후 50위 이상으로 재진입할 수 있고, 동일한 기준으로 다시 배제될 수 있다. 또한 재진입 곡의 경우 라디오 송 차트에서는 여전히 제외된다.

이는 최근 차트의 정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스트리밍이 차트의 주요 지표가 되면서 유명한 노래가 더 오래 살아남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라디오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서 그 보수성이 더욱 커졌다. 새로운 규칙은 차트의 순환, 특히 상위권의 변화를 가속할 것이다.

규칙이 변경되면서 10월 18일 자 차트의 톱 40 중 7곡이 10월 25일 자 차트에서 사라졌다. 테디 스윔스의 ‘Lose Control’이 대표적으로, 112주 차 17위의 기록적인 장수 사례를 남기고 퇴장했다.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의 ‘Die With A Smile’ 60주 차 22위, 벤슨 분의 ‘Beautiful Things’ 89주 차 25위, 모건 월렌의 ‘I’m The Problem’ 36주차 31위, 모건 월렌의 ‘Just In Case’ 29주 차 33위, 켄드릭 라마와 시저의 ‘luther’ 46주 차 38위, 샤부지의 ‘Good News’ 46주 차 34위였다. 

이번 조치는 예상하지 못한 메시지도 만들어냈다. ‘luther’가 핫 100에서 배제됨에 따라 톱 40에 랩 장르가 한 곡도 없게 되었다. 10월 25일 자 핫 100에서 가장 높은 랩 곡은 영보이 네버 브로크 어게인의 ‘Shot Callin’으로 44위다. 이는 1990년 2월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당시 비즈 마키의 ‘Just a Friend’가 41위로 가장 높은 랩 곡이었다. 이후 36년 가까운 기간 동안 톱 40 히트 곡 중 랩 장르가 있었다. 물론 ‘The Life of a Showgirl’의 12곡이 톱 40 중 3분의 1 가까이 차지해 자리가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대의 가장 큰 수혜를 누렸던 랩 장르의 지배력이 하락한다는 징후도 그만큼 뚜렷하다. 힙합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0%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다. 2023년에는 25%, 올해도 24% 수준이다. 2020년 10월 24일 자 핫 100의 톱 40 중 16곡이 랩 장르였다. 2023년 10월 28일 자 차트에서 그 숫자는 8개로 줄어들었다.

랩 장르의 부재는 2주가 지난 11월 8일 자 차트에서 해소되었다. 메건 디 스탤리언의 ‘Lover Girl’이 38위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uther’가 랩 장르의 마지막 톱 10 히트 곡이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되짚어보면, 장르의 상업적 위축은 한동안 외면하기 힘든 현실이 될 듯하다.

  • 지수, 제인의 ‘Eyes Closed’가 10월 25일 자 핫 100 72위, 글로벌 200 20위로 데뷔했다. 지수는 이머징 아티스트 15위로 재진입했다. 지수의 첫 핫 100 진입이다. 이로써 블랙핑크의 모든 멤버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핫 100 히트 곡을 보유한다. K-팝 걸그룹 최초의 기록이다. 4명 이상으로 구성된 그룹의 모든 멤버가 핫 100에 진입한 10번째 사례다. 기존 9개 그룹은 방탄소년단, 비틀스, 이글스, 플리트우드 맥, 뉴 에디션, 뉴 키즈 온 더 블록, 원 디렉션, U2, 우탱 클랜이다.
  • 르세라핌과 제이홉의 ‘Spaghetti’가 11월 8일 자 핫 100 50위, 디지털 송 세일즈 4위, 글로벌 200 6위로 데뷔했다. 르세라핌의 3번째 핫 100 진입이며, 역대 최고 순위다. 디지털 송 세일즈 첫 진입이다. 글로벌 200에 10번째 진입이며, 첫 톱 10이다. 제이홉의 9번째 핫 100 진입이며, 2025년에만 5번째 진입이다.
  • 헌트릭스의 ‘Golden’은 11월 15일 자 글로벌 200에서 15주간 1위를 누적했다. 이는 해리 스타일스의 ‘As It Was’와 함께 공동 3위 기록이다.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의 ‘Die With A Smile’이 18주간 1위,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19주간 1위를 달성했다.
  • KATSEYE의 ‘Gabriela’가 11월 15일 자 핫 100에서 33위로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 트와이스의 ‘TEN: The Story Goes On’이 10월 25일 자 빌보드 200 11위, 톱 앨범 세일즈 2위로 데뷔했다. 아티스트 100 8위로 재진입했다.
  • 에스쿱스와 민규의 ‘CXM 1st Mini Album ‘HYPE VIBES(EP)’가 10월 25일 자 빌보드 200 71위, 톱 앨범 세일즈 5위로 데뷔했다. 두 사람의 프로젝트 CXM는 아티스트 100 43위, 이머징 아티스트 1위로 데뷔했다.
  • 코르티스의 ‘Color Outside The Lines (EP)’가 10월 25일 자 빌보드 200 171위로 재진입했다. 코르티스는 아티스트 100 80위로 재진입했다.
  • 베이비몬스터의 ‘We Go Up: BABYMONSTER, 2nd Mini Album (EP)’이 10월 25일자 톱 앨범 세일즈 13위로 데뷔했다. 베이비몬스터는 아티스트 100 86위, 이머징 아티스트 2위로 재진입했다.
  • 엔믹스의 ‘Blue Valentine’이 11월 1일 자 빌보드 200 177위, 톱 앨범 세일즈 7위로 데뷔했다. 노래 ‘Blue Valentine’은 글로벌 200 78위로 데뷔했다. 엔믹스는 아티스트 100 61위, 이머징 아티스트 1위로 재진입했다.
  • 보이넥스트도어의 ‘The Action (EP)’이 11월 8일 자 빌보드 200 40위, 톱 앨범 세일즈 7위로 데뷔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아티스트 100 25위, 이머징 아티스트 1위로 재진입했다.
  • 에이티즈의 ‘Ashes To Light’가 11월 15일 자 톱 앨범 세일즈 11위로 데뷔했다. 에이티즈는 아티스트 100 71위로 재진입했다.
  • 싸이커스의 ‘House Of Tricky : Wrecking The House (EP)’가 11월 15일 자 톱 앨범 세일즈 16위로 데뷔했다. 싸이커스는 아티스트 100 94위, 이머징 아티스트 2위로 재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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