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넷플릭스)
이은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맛’으로 들썩인다. 57년 차 중식 대가부터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의 셰프까지 현역 전설들이 함께하는 ‘백수저’ 계급과, 이에 맞서 전국 요리 최강자의 타이틀을 노리는 ‘흑수저’ 계급. 이들이 오직 ‘맛’으로 겨루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로 돌아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시즌과 달라진 다양한 변주다. 지난 시즌에서 ‘백수저’로 출연했던 김도윤 셰프와 최강록 셰프는 ‘히든 백수저’로 재도전에 나서며, ‘흑수저’와는 달리 1라운드부터 두 심사위원 모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조건에 놓였다. 또 최후의 1인이 나올 때까지 한 가지의 주재료로 30분마다 새로운 요리를 완성해야 했던 ‘무한 요리 지옥’ 미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한의 팬트리에 있는 수많은 식재료를 활용해 180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마음껏 요리를 완성하는 ‘무한 요리 천국’ 미션이 등장하며 색다른 재미를 이끌어냈다. 지난 시즌이 선사했던 익숙한 그림에 시즌2의 변주를 더하면서, ‘흑백요리사’는 ‘새로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에 보여준 ‘흑백요리사만의 맛’도 놓치지 않는다. 음식을 향한 요리사들의 진심은 한결같이 깊다. 대한민국 1호 사찰 음식 명장 선재 스님과 1:1 대결을 하게 된 ‘흑수저’ 계급의 ‘뉴욕에 간 돼지곰탕.’ 돼지고기 요리를 주로 하는 그는 자신도 스님과 동등한 입장에서 수행자의 마음으로 대결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오신채도 쓰지 않고 사찰 음식의 형태로 채소 잡채를 만든다. ‘술 빚는 윤주모’는 황태해장국을 조리하며 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황태로부터 인생을 읽는다. 떨어진 사람이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박효남 셰프의 말처럼, 승패와 관계없이 요리사로서의 길은 여전히 이어진다. ‘흑백요리사’는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지만, 그 뒤에 남는 것은 최고의 1인을 가려내는 냉정함이 아니라 100인의 요리사가 각자의 그릇에 담아내는 뜨거운 열정이다. 모두가 아는 서바이벌의 맛을 넘어, ‘흑백요리사’가 보여주는 미각의 지평이 그렇게 확장된다.

‘braindead2’ - 시온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플럭, 레이지, 디지코어 또는 일렉트로클래시, 컴플렉스트로, 하이퍼 팝… 최근 남발되는 이 이름들은 (마치 사반세기 전에 ‘테크노’가 무분별하게 쓰였던 것처럼) 실제 장르 관습을 지칭하기보다 느슨히 공유하는 음향적 특징을 입맛대로 묶고자 쓰이는 경향이 다분하다. ‘일렉트로 팝의 쨍한 질감을 왜곡해 팽창시킨 부피감’을 자랑하는 이런 소리는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만 된다면 모든 양식을 통합할 수 있는 2020년대 중순의 작법과도 맞물린다. 그에 따라 2025년을 돌아보자면, ‘과잉되게 전자적인’ 한국 힙합 음반들은 엄선한 샘플로 전략에 당위를 부여하거나(‘K-FLIP+’), 2010년대 초 미감으로 외관을 갈아입거나(‘Luxury Tape’), 숏폼 바이럴의 위치에서도 진정성을 생성하거나(‘TIKTOKSTA’), 현실과 가상의 상호 침범을 분열적으로 내보이거나(‘Invasion (Deluxe)’), 아예 ‘향정신성’의 쾌락을 과장되게 탐닉하는(‘YAHO’) 등 다양하게 이 유행을 활용했다.
그런 와중에 R&B 음악가 시온은 스스로를 완전히 재발명하고자 2010년대풍 전자음악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25년 사운드가 가장 뛰어나게 디자인된 발매작이라 할 수 있을 ‘eigensinn’을 손수 완성했다. 그 연장인 이번 싱글 ‘braindead2’는 “자신에게 솔직해질 용기”라는 EP의 핵심을 더욱 확연히 표현한다. 깜짝 히트곡이 되어 2022년부터 그를 붙들었던 ‘braindead’의 가창을 샘플링할 뿐만 아니라, 이를 아예 새로운 음향적 맥락에 재배치하면서. 이미 전자음을 어느 정도 도입한 지난 EP의 ‘avoid!’를 재활용한 방법을 다시 써먹으며, ‘braindead2’는 시온의 탄탄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톡 쏘는 가성처럼 들리도록 피치를 높여 제시한 후 이를 각종 이펙트 속에서 일그러뜨리고 썰어대며 원곡의 족쇄를 기꺼이 결딴낸다. ‘eigensinn’의 여러 곡이 전기기타 사운드나 록의 어법을 일부 차용했다면, 이번에는 황홀하게 고조되는 리프를 깔아두고 정신없이 번쩍이는 드롭을 삽입하는 덕에 탁월하게 인공적인 질감과 제대로 어울리는 EDM 특유의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그런 만큼 “뇌사”라는 비유가 이기적인 사랑 노래에서 “뇌썩음(brainrot)”의 시대정신으로 바뀐 것도 같지만, “네가 날 좋아한다면, 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I can be a different person as long as you like me)”라는 구절에서는 이제 자신에게 향하는 용기 있는 고백을,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결심을 들을 수 있다. 그 “고집스러움”의 결실이 바로 ‘braindead2’라는 “원작 초월”의 속편이겠다.
‘낯선 편지’ - 이머전 클락
김복숭(작가): 카라는 겉으로 보기엔 잘 살아온 어른이다. 직업적으로 성공했고, 믿을 수 있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그가 지나온 어린 시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카라와 오빠에게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남겼다. 이머진 클락의 장편소설 ‘낯선 편지’는 이런 카라의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며 펼쳐진다. 두 개의 시간은 나란히 흐르다 어느 순간 맞닿고, 그 지점에서 소설의 핵심 미스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카라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제목에 등장하는 편지들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봉인되어 있던 기억과 고통을 하나씩 끄집어내고, 이야기는 세대를 거쳐 이어진 거짓과 학대를 따라가며,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초반부가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답에 다가갈수록 더 큰 저항에 부딪히는 카라의 심리를 닮아 있다. 초반의 혼란을 지나 끝까지 책장을 넘기고 나면, 독자는 카라가 도착한 그 지점—쉽지 않지만 분명한 해답—에 함께 서 있게 될 것이다.
- ‘만앤의 행복’, &TEAM의 한국 Y2K 예능 체험기2026.01.02
- ‘72시간 소개팅’이 그리는 사랑의 형태2025.12.26
- ‘기묘한 이야기 5’, 성장의 끝에서 던지는 질문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