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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서(객원 에디터), 배동미(‘씨네21’ 기자),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스튜디오지니 X

‘아이돌아이’(Genie TV · ENA)
최민서(객원 에디터): 연전연승의 변호사이자 아이돌 덕후인 ‘맹세나(최수영)’의 덕질 원칙은 명확하다. ‘팬은 멀리서 응원한다’. 혹여나 자신의 정체가 최애 ‘도라익(김재영)’에게 피해를 줄까 봐 세나는 팬 사인회장에서는 모자를 눌러 쓰고, 콘서트장에서는 뒤에서 암표상을 잡아내는 은밀하고도 모범적인 팬 생활을 이어간다. 그런데 세나가 지켜온 선은 뜻밖의 방식으로 무너진다. 폴리스 라인 앞에 라익이 서 있다. 무대 위 빛나는 가수가 아니라, 동료 변호사들마저 손을 뗀 골치 아픈 살인 사건의 용의자이자 세나의 새로운 의뢰인으로서.

“와, 쟤들은 진짜 모르겠지.” 라익의 팬들을 보며 스태프가 말한다. “저 또라이가 진짜 상또라이라는 걸.” 접견실에서 만난 라익은 거침없는 언행으로 ‘또라익’이라는 별명을 세나에게 단번에 납득시킨다. 자식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어머니, 냉혹한 소속사 대표, 멀어져 버린 멤버들 그리고 팬의 탈을 쓴 스토커들까지. 라익의 사방은 적투성이다. 그러나 라익의 결백에 한 치도 의심하지지 않는 변호사 세나만큼은 언제나 라익의 편이다. 그가 광고한 제품만 사용하고, 그의 취향을 수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는 ‘맹변’이 라익은 의아하기도 하지만, 일단 그녀를 믿기로 한다. 두 사람은 라익의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의기투합하며 가까워진다.

“단 한 번도 나는 내가 아닌 적이 없었던 걸.” 라익의 노래는 거짓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라익은 스스로를 상품으로 여기며,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 자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나에게 라익은 상품이 아니다. 힘든 순간에 위로가 되어준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 세나는 라익이 어떤 모습이든 간에 그를 지키기로 한다. “진심을 다해 내 가수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팬의 역할이기에.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1막 Warm Up 예열’
배동미(‘씨네21’ 기자): 마주 앉은 여자가 어렵게 운을 뗀다. “다른 게 아니라 나 영화 그만두려고. 아무래도 그만두는 게 맞는 거 같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나온 결론인 듯 보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반문한다. “30번 생각했어? 영화 찍다가 현장에서 각혈하거나 맹장 터진 적 있어? 영화 찍다가 신용불량자 돼서 채권자들이 집에 찾아와서 깽판 치고 그래? 단편영화제에서 네 영화를 틀었는데 너무 형편없어서 구타당한 적 있어?”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질문들이 남자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웃기면서도 묘하게 용기를 주는 질문들 끝에 남자는 말한다. “하나만 물어보자. 진짜 이 꽉 깨물고 자기 자신을 믿어본 적 있어?” 영화를 연출해본 적 없지만, 어느 한국 감독의 에세이를 보니 투자사부터 연출부 막내까지 감독에게 포기하란 말을 늘어놓는다고 하던데…. 이 감독은 영화를 놓지 말기를, 용맹을 잃지 않기를 응원받고 있다.

웃음이 터지면서도 묘하게 응원하게 되는 이 단편영화는 정가영 감독의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1막 Warm Up 예열’이다. 이 작품을 포함해 30편의 단편영화가 동명의 옴니버스 영화로 묶여 1월 14일에 한국 극장가에 공개된다. “30번 생각했어?”란 대사가 등장하고, 단편영화의 갯수가 총 30편인 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30돌을 기념해 만든 옴니버스 영화기 때문이다. 실기 중심 예술가를 길러낼 목적으로 설립된 이 예술학교에서 정서경 작가, 나홍진, 장재현 감독과 김희원 PD 등이 자신의 길을 닦았고, 예비 예술가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30주년 기념 프로젝트에는 정가영 감독을 포함하여 ‘선재 업고 튀어’를 만든 김태엽 PD,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고백의 역사’ 남궁선 감독 등이 참여하여 반짝이는 순간들을 만들었다. 긴 이야기로 이 연출자들을 만났던 관객이라면 기대해도 좋다.

Fred Again.. : Apple Music Live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지털과 스트리밍 시대의 앨범이란 무엇인가 되묻는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첫째, 2013년 저스틴 비버는 ‘Music Mondays’라는 이름으로 매주 월요일 신곡을 공개했다. 10주간에 걸쳐 공개한 노래는 앨범 ‘Journals’의 주축이 되었다. 2016년 카니예 웨스트는 앨범 ‘The Life Of Pablo’를 스트리밍으로 공개한 이후 몇 달에 걸쳐 믹싱과 가사를 변경하고, 트랙의 구성까지 바꿨다. 마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그는 이 앨범을 “살아 숨 쉬는 예술적 표현(living breathing changing creative expression)”이라고 불렀다.

영국 출신의 프로듀서이자 DJ 프레드 어게인..은 앞선 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는 2022년 이후 현재까지 ‘끝이 없는 앨범(infinite album)’으로 알려진 ‘USB’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레드 어게인..의 정규 앨범 연작인 ‘Actual Life’가 서사 구조를 가진 감상용 작품이라면, ‘USB’는 클럽 플로어와 페스티벌 현장을 위한 도구 상자이자 ‘공유 폴더’다. 과거 DJ의 무거운 바이닐(LP) 가방과 달리, 현재 DJ들은 USB 포트에 꽂을 메모리 스틱 하나에 수천 곡을 담는다. 프레드 어게인..은 ‘USB’에 언제든 새로운 곡을 추가하거나 어떤 곡을 지울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팬들과 함께 나눈다.

프레드 어게인..은 2025년 10월부터 ‘USB’를 업데이트하는 ‘10-10-10’ 이벤트를 진행했다. 10개의 신곡을, 10주 간에 걸쳐, 10개의 도시에서 열린 콘서트로 공개했다. 공연 도시는 불과 1주일 전에 공개되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시작된 공연은 유럽과 북미를 거쳐 멕시코시티에서 마무리되었다. 그사이 댄스 음악 커뮤니티는 매주 신곡과 새로운 장소 소식에 열광했다. 프랑스 리옹과 캐나다 토론토 공연은 애플뮤직이 생중계했고, 라이브 앨범으로 남았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발표된 12월 12일 버전의 ‘USB002’는 모두 34개 트랙이다. 이를 기념하며 12월 31일 애플뮤직은 아일랜드 더블린 공연의 영상을 언제든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지난 가을, 전 세계 클럽 음악 팬들이 혹시 나의 도시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바로 그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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