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빵언니 김연경 Bread Unnie’
송후령: “이제는 선수로서의 역할은 내려놓지만, 배구와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작년 4월, 전 배구선수 김연경이 올린 은퇴 소감이다. 그는 ‘핑크스파이더스’의 통합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이루며 20년 배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김연경은 이제 그의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 김연경 Bread Unnie’(이하 ‘식빵언니 김연경’)에서도 당시의 다짐을 현실로 옮기는 중이다. 지난 10월 채널의 리부트를 알린 영상 이후, ‘식빵언니 김연경’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배구의 기초 룰을 알려주는 설명회를 열거나, 스트레이키즈를 초대해 배구 교실을 진행하고, 쇼트트랙 서이라 선수에게 스케이팅을 배우는 모습을 담는 등 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레 콘텐츠가 된다. 김연경은 감독, 유튜버, 어드바이저, 국제위원회 부위원장, 재단 이사장 등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온 ‘배구’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일을 탐색하는 중이다. 그가 고민 상담을 주제로 한 영상에서 2026년 목표를 “자신이 하는 여러 가지 일들 중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한 분야의 정상에 오른 누군가에게도,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지난 1월 22일, ‘제25회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김연경과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함께 출연한 회차는 삶과 스포츠를 연결하는 ‘식빵언니 김연경’의 방향성을 응축한다. “은퇴 새내기” 김연경과 은퇴 후 10년이 넘은 김연아는 상반된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김연아가 운동에 대한 부담을 내려 놓고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한 일상을 지키는 데 중요한 가치를 두는 반면, 김연경은 자신의 영향력을 선한 방향으로 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은퇴를 하면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수 시절 다짐이 무색하게 “찌뿌둥한 느낌”이 싫어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된다는 김연경과 달리, 김연아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아 평소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스포츠인’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각자의 선수 시절 징크스에 대해 터놓고, 서로의 종목과 커리어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의 태도를 보여준다. 김연경의 신인감독 도전기를 담은 MBC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 대해 김연아는 “언니가 하셔서 더 멋있게 보이는 건 맞지만 저희도 다 그렇게 배웠잖아요.”라며, 김연경의 날카로운 디렉션을 선수 입장에서 지지하기도 한다. 대개 한 사람의 토대는 치열했던 시절을 통과하며 다져지는 법이다. 지금은 사뭇 다른 삶을 살고 있어도, ‘스포츠인’이라는 수식어가 여전히 김연경과 김연아를 지칭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처럼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삶이라는 스포츠는 각자의 규칙과 속도로 계속된다.

‘A$AP Rocky: PUNK ROCKY (Live with Danny Elfman)’ -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
강일권(음악평론가): 에이셉 라키는 힙합 스타지만, 힙합 안에만 머문 적은 없었다. 그는 패션으로 런웨이를 걷고, 영상으로 영화적 미학을 구현하며, 사운드로는 장르의 경계를 탈주한다. 라키는 래퍼이자 예술 큐레이터이며, 무드를 설계하는 디자이너다. 그런 라키의 새 앨범 ‘Don’t Be Dumb’은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예술가적 야심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탈장르 시도와 짓궃은 실험으로 가득한 이번 앨범에서 가장 반갑고 눈에 띈 부분은 바로 영화음악가 대니 엘프만과의 협업.
대니 엘프만이 누구인가?! 배트맨에게는 어둠을, 가위손에게는 외로움을, 심슨 가족에게는 장난기를 준 사람, 팀 버튼 감독의 기괴한 동화와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심장을 동시에 뛰게 만든 영화음악계의 우아한 괴짜. 꿈과 악몽의 경계에 서 있는 팀 버튼의 영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 언제나 엘프만의 음악이었다(*참고로 ‘Don’t Be Dumb’의 커버 아트를 팀 버튼이 맡았다).
라키는 이번에 스튜디오 안팎으로 엘프만과의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팀 버튼의 초기 페르소나인 위노나 라이더가 출연한 ‘PUNK ROCKY’의 뮤직비디오에 엘프만도 등장하며,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는 함께 공연을 펼쳤다. 엘프만이 맡은 역할은 드럼이다. 사이키델릭한 록 사운드가 울려 퍼지고, 라키는 확성기를 든 채 랩과 노래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 뒤로는 한 무리의 남성들이 난장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한쪽에서 유유히 드럼을 연주하는 대니 엘프만.
생각해보면 두 아티스트의 음악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현실을 약간씩 비틀어 낯설고 몽환적인 세계를 만든다. 그래서 그들이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 할렘 출신 랩스타와 할리우드 고딕 사운드의 거장이 한 무대에서 드럼과 마이크를 나누는 이 광경은 올해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순간이 될 것이다.
‘재소자’ - 프리다 맥파든
김복숭(작가): 10년 전 열 살 아들과 함께 고향을 떠났던 싱글 맘 브룩 설리번. 부모님을 떠나보낸 뒤 다시 돌아간 고향에서 유일하게 구할 수 있었던 일은 최고 보안 등급 교도소의 간호사 자리다. 하지만 문제는? 그 교도소에 있는 가장 위험한 수감자 중 한 명이 브룩의 옛 남자친구라는 사실이다. 고등학생 시절, 여자친구였던 브룩을 살해하려 했고 브룩의 신고로 수감되었던 바로 그 사람. 뜻밖의 재회는 브룩에게 혼란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위험한 옛 연인을 다시 마주할수록 브룩은 비극적인 과거를 다시 떠올리며 그 사건들을 새롭게 의심하기 시작한다.
프리다 맥파든의 신간 ‘재소자’는 그야말로 속도감으로 승부하는 스릴러다. 반전과 급커브가 이어지는 롤러코스터 같은 전개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브룩의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들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과도한 진지함은 잠시 내려두면 더 즐겁다.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작품이지만, 추운 날 집 안에 (안전하게) 갇혀 있을 때에도 충분히 어울리는 읽을 거리다.
- ‘셰프 안성재’가 보여주는 삶의 맛2026.01.30
-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15분에 담긴 요리의 기승전결20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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