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OON’(이하 ‘다크문’)은 엔하이픈, &TEAM과 컬래버레이션한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 IP다. K-팝 팬덤에서 엔하이픈은 “뱀자님”, &TEAM은 “늑대소년”으로 불릴 만큼, ‘다크문’ 스토리의 중심축이 되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설정은 두 팀의 앨범에서도 주요한 테마로 등장한다. 요컨대 엔하이픈, &TEAM의 멤버들과 음악이 이 우주의 출발점이라면, ‘다크문’은 이를 한데 모아 ‘다크문 버스(DARK MOON-Verse)’라 불릴 만큼 방대한 우주를 형성한다. 아티스트의 현실이 반영된 서사가 매 앨범을 통해 확장되는 동안, 또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는 ‘다크문’ 시리즈의 판타지 역시 그들의 음악 속 세계를 넓히는 소재가 된다. 두 팀의 성장사와 ‘다크문’이라는 서로 다른 우주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이유다. ‘다크문’의 론칭 4주년을 기념해 엔하이픈과 &TEAM의 지난 궤적을 따라가며 그간 공개된 ‘다크문’ 시리즈를 아티스트의 앨범과 함께 살펴본다.
* 해당 콘텐츠는 ‘다크문’ 시리즈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경계인 | ‘DARK MOON: 달의 제단’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경계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아니하는 사람.” 뱀파이어는 인간과 괴물 사이,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뱀파이어는 초대받지 않으면 남의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전승처럼, ‘DARK MOON: 달의 제단’(이하 ‘달의 제단’)에 등장하는 뱀파이어 소년들은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머무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인간과 닮은 외양을 지녔지만 분명 본질적으로는 다른 존재다. “인간이랑 가까이해선 안 돼. 우리는 뱀파이어니까.” 애니메이션 1화에서 솔론(성훈)이 여주인공 수하와의 첫 만남에서 선을 그었듯,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과 그들 사이의 경계를 섣부르게 허물 수도 없다.
현실의 엔하이픈도 데뷔 초 경계인으로서의 감각을 경험했다. 그들은 지난 2020년 오디션 프로그램 ‘I-LAND’를 통해 데뷔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던 소년들이 오디션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한순간에 아이돌이 됐다. 그토록 갈망하던 ‘주어진(Given)’ 자리가 때로는 “훈장 같은 저주”(‘Blessed-Cursed’)처럼 느껴질 만큼, 삽시간에 대중의 시선을 받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아이돌의 삶이란 평범한 소년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유형의 것이 아니었을 테다. 그래서 데뷔 곡 ‘Given-Taken’을 비롯해 ‘Drunk-Dazed’, ‘Tamed-Dashed’, ‘Blessed-Cursed’로 이어지는 초기 엔하이픈의 디스코그래피는 연습생과 아이돌 사이의 경계인으로서, 아이와 어른 사이 그 어딘가에 선 청춘이 겪는 자기 증명과 인정 투쟁의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달의 제단’ 속 뱀파이어 소년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고대 바르그 왕국 시절과 현재의 자아 간 혼란을 겪는 모습과도 맞닿는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소재로 한 여러 대중문화 작품들은 이들을 숙적 관계로 설정하고, 그 대립 구도를 서사의 핵심 축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달의 제단’은 과거 종족 간 분쟁으로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역사를 지닌 이들이 화합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그리는 데 외려 집중한다. 최초의 뱀파이어인 공주 셀렌의 힘이 신성한 늑대의 피에서 기인했다는 ‘다크문’의 특징적인 설정 또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소년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는 엔하이픈과 &TEAM이 그간의 활동에서 강조해온 일련의 테마이기도 하다. 엔하이픈은 ‘하이픈(-)’처럼 음악과 콘텐츠를 통해 시대와 연결되고자 하는 비전을 바탕으로 성장해왔고, &TEAM 역시 ‘앰퍼샌드(&)’처럼 공동체의 힘으로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메시지를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같은 맥락에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혼혈로 그려지는 솔론의 정체성은 상징적인 함의를 지닌다. 솔론은 애니메이션 2화에서 이종 간 혼혈이라는 자신만의 내밀한 비밀을 늑대인간인 엔지(의주)에게 들키고 만다. 이때 엔지는 솔론에게 “적어도 네 절반은 우리랑 같으니까.”라며 악수를 청한다. 엔지의 말처럼,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건 그 모든 곳에 동시에 속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컨대 엔하이픈의 데뷔 앨범 수록 곡인 ‘Filcker’의 가사처럼 “어긋나 있던 세계를 연결”하는 존재 말이다.

이방인 | ‘DARK MOON: 회색도시’ (웹툰, 웹소설)
“They call me a monster. Am I a monster?” &TEAM의 ‘Back to Life’ 뮤직비디오를 여는 이 독백은 웹툰 ‘DARK MOON: 회색도시’(이하 ‘회색도시’) 21화에서 냉소적인 자의식이 드러나는 엔지의 말과 연결된다. “인간에게 우리는 그냥 괴물이야.” 늑대인간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불가피하게 늑대의 외양으로 변신해야 하는 존재다. 다만 인간의 시선에서 이러한 늑대인간의 특성은 그저 괴물로 여겨질 뿐이다. 그래서 ‘회색도시’에 등장하는 늑대인간 소년들은 좀처럼 인간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여러 도시를 떠도는 이방인으로 그려진다. 웹소설 1화에서 칸(케이)이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받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어릴 적 연고 없이 마을에 버려진 칸은 성장 속도가 일반적이지 않고, 머리칼과 눈동자 색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끔찍한 것”이자 “불길한 존재”로 치부된다.
“우린 인간에게 책임이 있어. 우린 모두 같은 세계, 같은 땅에서 살고 있지. 그러니 함께 살아가는 이곳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란 게 있다고.” 웹소설 14화에서 나자크(니콜라스)는 인간에 대한 깊은 불신을 표하는 엔지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를 배척하는 것은 인간 사회의 오랜 역사다. ‘회색도시’ 속 늑대인간 소년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배척당하고, 결국 자신들만의 안식처를 찾아 여러 도시를 떠돌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뱀파이어와의 전투에서 마을 사람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이방인으로 취급되던 늑대인간은 “이곳(그레이빌)에서 사람들이 쌓아온 역사와 소중한 기억을”(웹소설 81화) 지켜냈다. 이러한 ‘회색도시’ 속 늑대인간들의 처세법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한 실마리처럼 보인다.
늑대인간 소년들의 알파(리더) 역할을 하는 기리는 웹소설 2화에서 “우리는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같은 늑대인간들”이기에 형제들을 지키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늑대인간이 지니는 이방인으로서의 감각은 &TEAM의 음악과 퍼포먼스에서도 그들의 단합력을 표현하는 필연적인 배경이 된다. 예컨대 &TEAM의 곡 ‘War Cry(Korean ver.)’에서의 “Can you feel it? Can’t believe it? Can you hear it?”이라는 물음은 서로를 향한 외침이자 하울링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곡에서 아홉 명의 멤버들은 마치 한 마리의 늑대처럼 같은 호흡으로 움직이며 견고한 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군무를 보여준다. ‘회색도시’에서 나자크는 무리의 알파가 될 수 있을 만큼 리더십 있고 출중한 능력을 지닌 늑대인간으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그는 “난 실버팽의 주인이 우리 무리의 알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웹소설 81화)라며 알파의 자리를 칸에게 선뜻 내어준다. 이를 발판으로 늑대인간 소년들은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를 기반에 둔 호혜적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한편 ‘Back to Life’ 뮤직비디오의 말미에는 &TEAM과 컬래버레이션한 새로운 시리즈 ‘DARK MOON: 예라사의 마녀’의 론칭이 예고됐다. 웹소설 80화에서 칸은 뱀파이어와의 전투를 마친 후 형제들과 그레이빌을 떠나기로 결심하며 자문했다. “우린, 행복해질 수 있을까?” ‘DARK MOON: 예라사의 마녀’는 ‘회색도시’에서의 사건 이후, 2010년대 아만 왕국의 변방 소도시 예라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늑대인간 형제들은 과연 행복을 찾았을까?

성장 | ‘밤필드의 아이들 by DARK MOON’ (웹툰)
불멸자인 뱀파이어는 영원히 멈춰 있는 존재일까? ‘달의 제단’의 프리퀄 시리즈인 웹툰 ‘밤필드의 아이들 by DARK MOON’(이하 ‘밤필드의 아이들’) 속 뱀파이어 소년들의 여정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보인다. ‘밤필드의 아이들’은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약 200여 년에 걸친 그들의 생애를 통시적으로 조명한다.
19세기 후반 서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제1장 ‘거짓말쟁이의 낙원’에서 소년들은 자신들을 과잉보호하던 가정교사 마지의 품을 벗어나 밤필드 하우스를 탈출한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소설 ‘데미안’의 문장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제2장 ‘괴물과 소녀’에서 1920년대를 살아가는 뱀파이어 소년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미국의 한 시골 숲속 고성에 숨어 살기를 택한다. 소년들은 엔하이픈의 곡 ‘몰랐어’의 가사처럼 “이토록 무해한 얼굴로” 그들을 우연히 찾아온 인간 소녀 소피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처음 느끼는 감정”에 빠진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괴물로 변해 인간성을 잃어버린 소피를 스스로 없애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이로 인해 소년들은 처음으로 이별을 경험한다. 제3장 ‘한밤의 서커스’는 국가 간 첩보전이 과열된 1960년대 냉전 시대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엔하이픈의 곡 ‘모 아니면 도 (Go Big or Go Home)’에서 “될놈될을 믿어 어차피 될 놈 되니까”, “내 운명은 대박”처럼 우월감을 표출하는 가사와 같이,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춘기를 거치는 여느 청소년이 그러하듯, 이런 시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닷컴 버블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제4장 ‘새드 해피 뉴 이어’에 이르러 소년들은 에이미를 만나 친구와 함께하는 일상의 즐거움에 대해 알아간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그들은 믿었던 관계에서 도리어 배신을 당하고, 더불어 자신들의 능력의 한계를 마주하는 고난을 겪는다.
“우리 괴로워하지 말자. 인간인지 괴물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존재가 되자. 어디에 속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영원히 경계에 머문다 해도.” 41화에서 지노(제이크)가 한 말은 ‘밤필드의 아이들’의 주제 의식을 관통한다. 팬데믹 시기에 데뷔한 팀인 엔하이픈은 고립되고 분열된 시대를 살아가는 현 젊은 세대의 한 단면을 대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2022년 엔하이픈이 발표한 앨범 ‘MANIFESTO : DAY 1’의 타이틀 곡 ‘Future Perfect (Pass the MIC)’는 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특히 중요한 순간처럼 보인다. 데뷔 이후 넉 장의 앨범 타이틀 곡명에서 연이어 수동태를 사용했던 엔하이픈은, 이 곡에서 최초로 하이픈(-)을 떼고 “나의 발로 서길 원해”라고 선언했다. 이는 ‘밤필드의 아이들’ 속 뱀파이어 소년들의 성장사와도 맞닿는다. 그들은 스스로 알을 깨고(제1장), 상실을 경험하고(제2장),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각하고(제3장), 친구를 만들기까지(제4장), 사회와 관계 맺는 법에 대해 점차 깨우쳐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뱀파이어 소년들이 이 모든 성장의 단계를 경유하는 과정을 따르다 보면, 불멸자인 그들의 삶이 순간 평범한 한 인간의 생애처럼 느껴진다. 이렇듯 영원을 사는 뱀파이어에게조차 살아가며 알게 되는 것이 곧 인생이다.

운명 | ‘DARK MOON: 바르그의 피’ (웹소설)
“모든 것은 너에게로부터 받은 권능이었고 곧 너에게로 돌려줄 영원에서 자라났음을.” 앨범 ‘DARK BLOOD’의 수록 곡 ‘Fate’에서 엔하이픈은 운명의 시작점을 ‘너’에게서 찾았다. 그리고 지난 1월 발매한 앨범 ‘THE SIN : VANISH’의 수록 곡 ‘No Way Back (Feat. So!YoON!)’에서 엔하이픈은 “너라는 운명”을 선택했기에 “그 어떤 결말이라도 No way back now”라고 노래한다. 웹소설 ‘DARK MOON: 바르그의 피’(이하 ‘바르그의 피’)는 예언의 능력으로 왕국의 멸망을 알게 된 고대 바르그 왕국의 공주 셀렌이 일곱 기사들과 함께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다. ‘바르그의 피’의 31화에서 왕국의 운명을 홀로 짊어진 채 고뇌하는 셀렌에게 늑대 신 바르그는 이렇게 말했다. “네 운명을 나눠라. 그리하여 함께 걸어라.”
“네 곁에 있을 때만 나는 나일 수 있어”라는 ‘Still Monster’의 가사처럼, ‘바르그의 피’는 셀렌과 일곱 기사들(미래의 뱀파이어 소년들)이 서로의 결점을 채워주며 점차 의지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49화에서 이안(제이)은 공주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느낀 내면의 동요를 고백했다. “난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필요로 했던 것 같아.” 2024년 진행한 월드 투어 ‘FATE PLUS’에서 엔하이픈은 ‘다크문’ 속 뱀파이어 소년들의 이능력을 연상시키는 연출을 보여줬다. 이때 제이크는 ‘다크문’ 시리즈에서 자신과 연계된 캐릭터 지노의 이능력인 발화를 활용해 성훈의 얼굴 절반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불태워 버린다. 덕분에 성훈은 가면(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의 혼혈인 솔론을 상징하며, 솔론은 성훈과 연계되는 캐릭터)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이렇듯 신뢰를 기반으로 한 우정은 스스로의 결점을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헬리(희승)는 72화에서 기사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셀렌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즐겨야 할 것”이라 다짐한다. “이 순간은 시간조차 뛰어넘어 우리를 연결할 것이며, 낱알 같은 순간의 점이 우리를 영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널 사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Carpe diem”을 강조하는 엔하이픈의 곡 ‘Mortal’과 연결된다. 이 곡에서 엔하이픈은 비록 “끝을 향한 여정이어도”, 정해진 운명이 있더라도, “너와 손잡고 갈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노래했다. 이러한 ‘너’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의 감정은 ‘THE SIN : VANISH’의 수록 곡 ‘도망자들’로도 이어진다. “달아나는 그들이, 마치 이 순간을 즐기는 듯 웃고 있었다는 것.” ‘Knife’에서 연인의 관계를 “Clyde & Bonnie”에 비유하듯 “서슬 퍼런 칼날 위”로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는 와중에도 사랑은 피어난다.
말하자면 이것은 예정된 비극이다. 그럼에도 셀렌과 일곱 명의 기사들은 一76화에서 셀렌이 기사들을 칭한 표현을 빌리자면一 “내 친구”를 위해 거대한 운명에 맞서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바꾸기 ‘어렵다’는 것은 바꾸기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12화에서 셀렌은 선명한 미래시를 보고 이것이 “바꾸기 어려운 미래라는 것”을 알았지만, 정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시대의 종말을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무모한 듯 보이는 인간의 선택이 운명의 궤적을 살짝 비트는 기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것은 ‘너’를 향한 사랑과 우정에서 비롯된 파장에 가까워 보인다. 다시 ‘Fate’로 돌아가보자. 이제 이 선언은 ‘너’를 지키려는 의지의 표명이자 열렬한 고백으로 읽힌다. “운명은 다시 내 손에 쥐어졌다.”

TRIVIA. ‘DARK MOON: 두 개의 달’ (웹툰)
현재(2026년 3월 기준) 연재 중인 웹툰 ‘DARK MOON: 두 개의 달’(이하 ‘두 개의 달’)은 드셀리스 아카데미의 개학날, ‘달의 제단’의 여자 주인공인 수하와 꼭 닮은 용모를 지닌 셀렌이라는 학생이 뱀파이어 소년들을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셀렌은 수하의 전생이자 공주로, 자신이 진정한 바르그의 권속이자 뱀파이어 소년들의 여왕이라고 주장한다. 소년들은 셀렌의 등장을 계기로 인간이었던 자신과 뱀파이어가 된 이후의 정체성에 관한 혼란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다크문 스페셜 앨범 ‘MEMORABILIA’에 수록된 ‘Fatal Trouble’의 가사 “같은 memory 또 다른 story 날 흔들어놔”는 수하와 셀렌 사이에서 소년들이 혼란에 빠지는 ‘두 개의 달’의 핵심 설정을 집약적으로 제시한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다크문’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테마이기도 하다. 전작에 이어 ‘두 개의 달’에서 소년들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