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듭된 탈피로 완성되는 즛토마요의 세계
‘ZUTOMAYO INTENSE Ⅱ ‘坐・ZOMBIE CRAB LABO’ in Seoul’ 리뷰
Credit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리벳(LIVET) / YOSUKE TORII

※ 소속사의 요청으로 인해 본 리뷰에는 세트리스트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의 내한은 곧 축제와 같았다. 팝업 스토어 개최와 팬 카페 오픈뿐 아니라 홍대입구역과 안암역에서 동시 진행된 팬아트 광고에 애니메이트에서 열린 구보 이벤트까지, 관련된 모든 곳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당일 또한 공연장 주변은 이른 시각부터 팬들로 북적였다. 굿즈 어레인지와 코스프레를 통해 개성을 표출하고, 곳곳에서 2차 창작물을 나눔하는가 하면 이르게 떼창이 울려퍼지는 모습까지. 팬들의 능동적 참여가 가세해 그야말로 ‘페스티벌’을 방불케 한 일주일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아카네를 중심으로 결성되어 데뷔 곡으로 일약 인기 뮤지션 반열에 올라선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이하 즛토마요)에 대한 팬덤의 충성심은 유별나다. 여기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넓은 음역대와 예리한 발성을 통해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보컬, 보카로 특유의 치밀한 사운드와 블랙뮤직의 그루브함이 결합된 높은 퀄리티의 작품, 독보적인 스타일링을 동반한 신비주의 전략이 주된 요인으로 꼽히곤 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관객이 그의 지지자로 완전히 정착하게 되는 순간은 바로 라이브를 목도할 때라는 사실이다. 범상치 않은 소재를 기반으로 한 콘셉트, 대규모 무대장치, 10여 명은 가뿐히 넘는 세션의 압도적인 합주까지. ‘현장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집요함이야말로 이 팀의 라이브를 반복해서 찾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이유일 것이다.

현지와 같이 독자적 스토리텔링을 부여해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두 번째 내한 공연의 마지막 날. 공연장에 입장하자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은 것은 폭풍우 치는 바다 위 정박한 배를 비추는 스크린. 여기에 돌과 나무, 항아리 등 무대 곳곳을 채운 오브제들이었다. 시작과 함께 등장한 두 명의 좀비가 절대적인 존재 ‘아카네’를 소환하는 의식을 펼치고, 무대 바닥에서 솟아오른 관이 오프닝 트랙의 인트로를 타고 열리며 오늘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파란 드레스를 입은 아카네는 누워 있는 상태로 한 소절을 꼬박 부른 후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피더니 특유의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 데스”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윽고 이어지는 거대한 합주, 공연장 전체가 이 세계로 편입된 듯한 순간이었다.

그의 공연은 음원의 구조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아닌, 변형과 재배열, 과장과 생략을 통해 곡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쪽에 가깝다. 초반부는 그 의지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구간이었다. 원곡과는 결이 다른 베이스와 기타, 스크래칭 사운드로 새 판을 까는가 하면, 뉴웨이브와 시티팝의 결을 교차시키며 예상 못한 전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악 세션 없이도 트럼펫과 트럼본이 그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관악의 존재감을 한껏 발휘했다. 장르와 편곡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질주는, ‘라이브’이기에 발할 수 있는 유니크함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초반의 질주를 뒤로하고 잠시 숨을 고른 아카네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게처럼 옆으로 나아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멘트로 신곡을 소개했다. 아코디언을 동반한 레트로한 곡조에 세션의 유머러스한 움직임이 맞물리며 무대의 공기가 다른 결로 환기되었다. 자기 성찰의 메타포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함과 동시에, 특유의 엉뚱함과 기이함 또한 퍼포먼스에 녹여낸 상징적인 구간이기도 했다. 골프 퍼팅을 연상케 한 랜덤 곡 코너에서의 재지한 편곡은 세션의 역량을 재차 확인시킨 대목이었다. 즉흥과 계산의 경계를 오가며 빈 공간을 메워 가는 연주, 중반부부터 가미된 스윙 리듬이 곡의 재탄생을 재촉했다. 여기에 선풍기를 개조한 악기 ‘선풍금’과 오픈 릴 테이프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다거나, 샤모지(주걱을 차용한 응원 도구) 연타를 유도하는 등 독자적 영역을 적재적소에 더하며 팀만의 유니크함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도 했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공연은 더욱 대담해졌다. 업템포 곡들로 이어지는 구간은 신곡이 대거 포함되어 있음에도 조금의 이완도 없이 관객을 몰아붙였다. 특히 집게발 장갑을 끼고 ‘본격적인 댄스’를 펼쳐 보인 구간은 팬들에게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이라이트에서는 원전의 골격만 간신히 남긴 채 거의 별개의 곡처럼 재구성한 곡들을 연달아 선보이며 이번 투어의 실험성과 자신감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보였으며, 이는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완성시킨 대담한 우회이기도 했다. 현악의 부재를 신시사이저와 관악기로 영리하게 메워냈고, 아카네 본인도 흥을 이기지 못한 듯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관객과 함께 완전연소의 영역으로 진입해 가고 있었다.

어느덧 공연은 막바지. 아카네는 “서로 다른 타인이라도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다.”는 한국어 멘트를 전한 후 돌출 무대로 나아가 관객들과 한층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과 교감을 이어나갔다. 이어 마지막이 임박했다는 듯 ‘열창’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보컬 퍼포먼스로 여운을 자아냈고, 마지막 멘트에서 “언제나 바다 밑이든 흙 밑이든 이야기를 듣고 있을 것”이라는 전언을 남기며 작별을 고했다. 스피디한 키보드와 탭댄스를 연상케 하는 역동적인 발소리로 채워진 마지막 트랙은, 끝이라는 느낌 없이 끝을 향하는 역설로 ‘계속 라이브 중이면 좋을 텐데.’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이게 만들었다. 마지막 활을 쏘는 액션과 스크린 전체를 덮치는 대형 게의 영상을 끝으로, 광란의 2시간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음원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겠다는 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전달된 러닝타임이었다. 곡마다 반드시 변화를 부여하고, 세션 편성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사운드를 재구축하며,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밀도를 산출한다. 더불어 아카네의 보컬은 스물세 곡에 이르는 세트리스트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며 그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역량으로 체화되었음을 증명했다. 신곡들 또한 기존 대표 곡의 공백을 무리 없이 메우며 창작의 성실함도 함께 입증했다. 이번 투어 이전까지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던 여러 트랙이 부재했음에도 줄어들지 않은 만족감은, 앞으로의 라이브가 더욱 다양한 조합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좀비’와 ‘게’라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모티프가 결국 아카네 자신의 내면으로 수렴되었다는 점이다. 멈추지 못하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존재이면서도,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사유하고 다시 탈피하며 새로운 보호막을 얻어야 하는 존재. 얼마 전 선보인 신보 ‘形藻土’로 보면, 호의에도 쉽게 상처받는 말랑한 자신을 고백하는 ‘よもすがら’,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과 가까워질 수 있는 상태를 “크리미”하다고 표현한 ‘クリームで会いにいけますか’와 같은 곡들이 그 모순적인 자기 인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이번 투어는 그러한 생각을 무대적 언어로 풀어낸 작업처럼 느껴졌다.

작별 인사가 “또 만나요!”가 아닌 “또 만날 수 있을까요?”였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니었을까 싶다. 반드시 다시 만나자고 단정하기보다는, 삶의 불확실성과 거리감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자는 태도가 서려 있는 듯 느껴졌다. “우리 또 같이 삶을 살아가보자.”라는 최후의 전언처럼, 이번 공연은 그 불확실성을 견디는 방식, 더불어 멈춤과 우회마저 결국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팀의 자아로 번역한 한 편의 음악극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꿈결 같은 시간에서 빠져나와 무의식중에 되뇌었다. 확실히 우리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멈춰서기도 하고 뒷걸음질치기도 할 것이다.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될 것은, ‘성공적인 탈피 후 새로운 껍데기를 등에 멘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 옆을 지켜주는 집게발의 히로인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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