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고민하는 것. 때로는 덜어내야 멋이 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형용모순처럼 보이는 경험들이 성현의 세계에서는 명제가 되어 가는 중이다.
데뷔 후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오디션 곡이었던 방탄소년단의 ‘MIC Drop’으로 연말 무대에 선 것처럼요.
성현: ‘MIC Drop’을 제대로 불러보고 춤추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오디션을 볼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그 노래로 무대에 서게 되어서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그리고 이제 밖에 나가면 많은 분들이 “CORTIS다!” 이렇게 알아봐주셔서, 그럴 때마다 ‘우리가 그래도 열심히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 앨범을 작업할 때부터 저희 팀의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모먼트들이 조금씩 생기다 보니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뿌듯하고 좋아요.
미국에 가서 NBA 올스타전에서 공연하거나 아메바뮤직 매장에 들른 것처럼 새로운 경험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 변화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성현: 환기가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도 재미있어 계속 그런 새로운 경험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어제는 처음으로 중국을 다녀왔는데, 되게 많은 중국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새롭고 좋았어요.
그런 변화가 한편으로는 일상의 리듬에도 영향을 주고 있을 것 같아요. 요가 채널을 구독하고 있던데, 그런 흐름 속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서일까요?
성현: 맞아요. 시간이 나면 요가를 하려고 해요. 잘 때 요가 니드라(누워서 가이드에 따라 몸을 이완하는 요가 수면법)도 자주 하고요. 춤을 많이 추다 보니까 몸과 마음에 릴랙스가 필요해서요. 그리고 원래 밖에서 밥을 먹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의 생활 패턴으로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보내지 못할 때가 많다 보니 여유가 있을 때 그런 것들을 더 하려고 노력해요.
이전보다 일상이 줄어든 만큼, 창작에 필요한 영감을 얻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듯해요.
성현: 데뷔 앨범에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부었는데, 2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왔어요. 활동을 하면서 곡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1집 때와는 달리 영감을 얻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멤버들과 서로 “우리 리프레시가 필요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아무래도 이전에 비해 바깥세상을 경험할 시간이 줄었다고 느껴서 요즘 자주 못하는 것들, 영화관에 가서 팝콘 먹으면서 영화를 보거나 학교에서 농구를 하는 것 같은 소소한 일상들을 다시 보냈어요. 새로운 것들도 저희끼리 많이 해보려 하고요. 그런 데에서 영감을 얻고 작업을 했어요.
활동과 작업을 병행하면서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든 방식이 있을까요?
성현: 원래 방에서 몇 시간씩 혼자 작업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럴 시간이 잘 나지 않다 보니 스케줄할 때 노트북을 챙겨서 대기 시간에 비트를 찍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보컬 연습이나 안무 연습을 하다가 다른 걸 하고 싶어지면 작업을 했어요. 시간이 나면 마틴 형이나 주훈이 형이랑 같이 작업하려고 하고요. 창작에 대한 건 계속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곧 호텔방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10분만”을 반복하면서 마틴 씨와 ‘Mention Me’를 작업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성현: 이제는 작업할 때 그 자리에서 끝내려고 해요. 작업할 시간이 언제 또 날지 모르니까, 워크 플로우가 빨라지는 느낌. 그때도 ‘조금만 시간이 더 있으면 빨리 마무리할 수 있는데.’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 자리에서 끝내고 싶었어요. 생각난 아이디어들을 까먹을 수도 있으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그렇게 치열하게 작업한 만큼, 성현 씨가 작업한 부분이 공개되었을 때 기분이 짜릿했을 것 같아요.(웃음)
성현: OST 작업은 처음이라 한 번에 통과될 줄은 몰랐거든요.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서 다행이었고, 영화에서도 제가 쓴 파트가 나와서 되게 좋았어요.(웃음)
OST 작업은 자신의 이야기 대신 주어진 서사를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접근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려 했나요?
성현: 사실 작업할 때는 영화를 보지 않고 주제만 전달받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작업하기 전에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을 찾아보고, OST도 찾아봤는데 가사들이 디테일하기보다는 공감할 수 있고 직관적이라고 느꼈어요. 제가 꽂혔던 문장은 “Smalls Can Ball(작아도 해낼 수 있다)”이었는데, 제 상황에 대입해보거나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바로바로 솔직하게 생각나는 대로 쓰긴 했어요. 이 곡에서는 직관적으로 하는 게 전달이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요.
반면 이번 앨범 ‘GREENGREEN’에서는 CORTIS의 분주해진 생활 그대로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어요.
성현: ‘Wassup’을 작업할 때 “카니발 트렁크엔 어제의 흔적이 / 창 밖, 우린 지나 같은 거릴 / 쳇바퀴” 이 도입부 가사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고 나면 저희가 타는 카니발 트렁크에 옷이나 신발들, 가방들이 되게 많이 들어 있고, 어제 놓고 온 물건들이 있고. 그런 일들이 많아서 쓰게 됐어요. ‘REDRED’에서도 노래가 시작될 때 나오는 “따바라 한 모금 sip / 카페인이 또 kickin in” 이런 가사를 썼어요. 이렇게 저희의 일상에서 나온 가사가 이번 앨범의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평소에도 “따바라”를 즐겨 마시나요?(웃음)
성현: 앨범을 작업할 당시에 한국은 완전 겨울이었거든요. 제가 ‘따바라(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사에 “따바라”가 나오게 됐어요. 여름이면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였을 것 같은데.(웃음) 완전 일상 얘기예요.
일상적인 디테일은 물론, 음악적으로나 퍼포먼스적으로 눈과 귀에 꽂히는 포인트에 집중한다는 점도 ‘GREENGREEN’이 보여주는 변화인 듯해요.
성현: 거칠고 ‘raw’한 느낌에 포인트를 두고 작업했어요. 음악적으로는 빈티지한 사운드를 시도해보고, 다 같이 안무를 만들 때는 후킹이 되는 동작들을 보여주려 했어요. 그만큼 대중분들도 따라 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공을 들여 완성한 앨범이기도 하고, 코어분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에요.
왜 그런 방향이 CORTIS답다고 생각했을까요? ‘은채의 스타일기’에서 ‘GREENGREEN’에 대해 “조금 더 CORTIS 같은 앨범”이라고 설명하던데요.
성현: 아무래도 저희는 솔직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1집을 작업할 때도 저희가 원했던 건 자유롭고, 날것이고, 솔직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데뷔를 하고 무대에 서니까 저희 다섯 명 모두 “조금 더 갈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비주얼적으로도 모공까지 보일 정도로 메이크업도 최소한으로 하고, 의상에 평소 저희가 입는 사복 스타일을 반영한 사진도 있어요. 그런 날것의 모습에 제일 집중했어요. 꾸밈없는 모습이 저희의 멋이라고 생각해요.
‘Weverse Albums Ver.’의 앨범 포토에서 성현 씨가 편안하게 소파에 널부러진 모습이 생각나네요.(웃음)
성현: 그 사진은 저희끼리 찍어줬거든요.(웃음) 완전히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촬영에 임했어요. 활동을 하면서 화보나 사진을 점점 많이 찍다 보니, 지금은 이전보다 좀 더 제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YOUNGCREATORCREW’를 작업할 때는 프리스타일로 랩을 하다가 “웃겨버려서”를 “웃거버려서”로 발음하는 실수를 했는데, 그게 최종 가사가 되기도 했어요.
성현: 저도 그런 걸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해요. 다 잘하고 싶고 완벽하고 싶은 건 맞지만, 또 너무 열심히 하는 것처럼만 보이고 싶지는 않거든요. “웃거버려서”는 실수이긴 했지만 그냥 들었을 때 좋으면 되는 것 같아요. 뭐든 그냥 좋으면 받아들이는 편이에요.(웃음)
성현 씨가 춤을 출 때도 그런 애티튜드가 엿보여요. 힘을 실어서 춤을 추기보다는 자신만의 느낌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쩌면 그게 더 어려운 표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성현: 이번 앨범의 퍼포먼스가 서로 다른 느낌으로 힘들었어요. ‘TNT’는 몸을 되게 꺾는 동작들이 많아서 연습할 때 허리나 목에 근육통이 종종 왔고, ‘ACAI’는 ‘GO!’처럼 에너지를 쏟으면서 계속 달리는 느낌이에요. ‘REDRED’ 같은 경우에는 힘을 줬다 뺐다 하는 그런 동작들이 많아서 몸에 긴장감을 계속 주고 있어야 하다 보니까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열심히 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예뻐 보일 수 있지만, 그게 제 기준에서는 멋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식하기보다는 스스로 편한 대로 추다 보면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아직 맞춰 나갈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프리한 구간이 많아서 표현이 더 자유로웠어요. 힘들지만 재미있습니다.(웃음)
‘멋’에 대해 계속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나 봐요. 호텔에서도 후드티 위에 모자를 쓰고 있거나, 종종 머리 위에 선글라스를 걸치는 것처럼 본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계속 보여주던데요.
성현: 아무래도 저는 무대에 서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비주얼적인 요소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보여주고 싶은 대로 시도해보려고 해요.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빈티지 옷도 많이 사보려고 하고, 그냥 좋아하거나 꽂히는 스타일이 있으면 입어보고. 어렸을 때부터 레퍼런스를 가지고 방향성을 정하기보다는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계속 해왔어요. 남들이 저를 봤을 때 그냥 ‘스타일이 좋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추구하는 확고한 기준이 있어 보여요. 주훈 씨는 성현 씨에 대해 “고집이 있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아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성현: 아무래도 창작에 대해서는 옳고 그른 게 없다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걸 고집하게 되나 봐요. 그래서 다들 제가 스타일이 뚜렷하고 고집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일에 대해서만큼은 치열한 것 아닐까요? 이전에는 제임스 씨가 질문을 하면 답을 하기까지 5분이 걸릴 정도로 내향적인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엠카운트다운’ 스페셜 MC를 맡았을 때 “먹고 시펑?” 같은 멘트를 소화하거나 팬들을 친근하게 챙길 정도로 변화했잖아요.
성현: 사실 예전에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잘 몰랐어요.(웃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5분씩 걸리고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엇이든 이왕 하게 됐으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하게 됐어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고 하지만, ‘2025_cartalk’에서는 상대방에 따라 섬세하게 대화 방식을 맞추던데요. 답변이 짧은 편인 건호 씨에게는 성현 씨도 답을 짧게 하면서 부담을 덜어주고, 깊은 대화를 원하는 멤버들에게는 조금 더 길게 답하면서 긴 이야기를 끌어냈어요.
성현: 습관인가 봐요. 의식하면서 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냥 그렇게 살아왔나 봐요. 대화를 좀 더 잘하기 위해서.(웃음)
마틴 씨가 성현 씨에 대해 “좋은 의미로 형처럼 느껴지거나 신뢰가 잘 가고 기댈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있는 듯해요.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정작 스스로의 고민은 잘 내색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성현: 혼자서 해결하는 게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팀에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는 순간도 생기지 않을까요?
성현: 제가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다 보니까 단체로 인터뷰를 할 때 멤버들에게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그래도 더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전에는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편안한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까 저도 뭔가를 더 해보게 돼요.
그렇게 계속 해보려는 태도가 성현 씨의 ‘GREEN’인 것 같아요.
성현: 무엇을 하든 시작하면 제대로 하려고 해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우면 조금 더 해보려고 해요. 영어학원도 부모님이 시켜서 간 거였지만 막상 가면 제대로 하고 싶었고, 연습생도 캐스팅이 된 거라 처음부터 제 꿈은 아니었지만 하다 보니까 제대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어요. 그냥 제 것은 잘하고 싶은 것 같아요.
- 성현 “실력을 보고 좋아해주실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