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주훈 “결국 다 재미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CORTIS ‘GREENGREEN’ 컴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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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후령
인터뷰송후령
사진 제공BIGHIT MUSIC

신중하고 올곧게, 그 언제나 치열하게. 늘 자신만의 보폭으로 걸어가는 주훈에게 마침내 초록불이 들어온 순간, 그가 주저 없이 내디딘 발걸음에 담긴 이야기.

최근 LA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인터뷰는 4월 18일 진행)
주훈: 데뷔 앨범 때부터 LA에서 작업을 해오다 보니 이제는 LA가 서울만큼이나 편하게 느껴져요.(웃음) 아메바 뮤직에 들렀을 때 K-팝 코너에 저희 앨범이 진열된 모습을 보고서는 ‘우리가 진짜 세상에 나왔구나.’ 싶기도 했어요. 서울에 비해 LA는 햇볕도 쨍쨍하고 건물도 큼직큼직해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에요. ‘오늘 약간 작업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영감도 얻고, 패션 스타일도 달라지는 것 같고요.(웃음)

그렇다면 LA에서 새롭게 시도한 회심의 착장이 있을까요?(웃음)
주훈: (웃음) 음… 제가 평소에 아디다스를 자주 입는데 LA에서 쇼핑하며 나이키 반팔 티셔츠를 샀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이키 반팔에 아디다스 후디를 매치하는 말도 안 되는 조합을 한 번 시도해봤어요.(웃음)

매시업(Mash up)하셨군요.(웃음) 요즘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시나요?
주훈: 요즘은 추구미가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많이 입어봐야 어떤 옷이 저랑 잘 어울리는지를 알 수 있잖아요. 저는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핀터레스트를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입는지를 참고하는데요. 여기서도 가져오고 저기서도 가져와 그걸 저만의 그릇에 담아보려고 해요. 전체적으로 예전보다는 미니멀해진 느낌인데, 벨트나 액세서리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입어요. ‘제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잘 보이기 위해 치장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나왔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요즘은 그런 느낌이 좋은 시기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는 건 CORTIS의 작업물만의 특징이기도 해요.
주훈: 그래서 지금의 우리와 무엇이 제일 잘 어울릴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CORTIS의 색깔을 녹이면서도, 다른 노래에서 이미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REDRED’도 주제를 잡는 게 관건이었는데, 처음에는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상상이 잘 안 됐어요. 여러 차례 회의를 하던 중에 ‘GREENGREEN’이라는 단어를 제임스 형이 던지면서 이 노래만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것과 경계하는 것’. 이 주제를 풀어보면 좋겠다고 결론이 났고, 그걸 바탕으로 훅을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점에서요?
주훈: 전체적으로 가사의 흐름이 되게 매끄럽게 나왔어요. 보통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딥한 얘기부터 시작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첫 번째 벌스는 스몰 토크처럼 일상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했거든요. 이어지는 훅 파트는 CORTIS의 선언처럼 느껴지도록 썼고요. 두 번째 벌스에서는 그보다 좀 더 깊이 있게 저희가 평소에 하는 생각들을 다 풀어내려 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주훈: 저는 두 번째 벌스에서 마틴의 파트가 특히 와닿아요. “차갑게 방치된 city”부터 “정수리 시뻘게지지”까지. 저희 멤버들의 공통된 생각이 잘 담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이 점점 더 개인화되고 온기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저희를 보시는 분들이 무대 자체에 몰입해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그 파트에 함께 담았어요. 무대에 섰을 때 관객분들이 다 같이 환호해주시면 확실히 더 힘이 나거든요.

음악에 대한 기준과 취향이 예전보다 명확해진 듯해요.
주훈: 데뷔 앨범 송캠프는 제가 음악을 시작하자마자 참여했던 터라, 작업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배우는 시간에 가까웠거든요. 이번 송캠프에서는 그때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도전해보려 했어요. 제임스 형이랑 같이 ‘Wassup’의 두 번째 벌스를 썼는데요. ‘Wassup’은 다른 곡들에 비해 코드감이 다크하다 보니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어요. 자칫 감정이 과해지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녹음했고요. 또 세션 중에 돌아가면서 한 명씩 프리스타일을 할 때 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섯이서 가운데 마이크를 하나 두고 동시에 프리스타일을 할 때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도 했어요.

음악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각자의 주관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어요.
주훈: 저희 5명 모두 개성이 뚜렷한 타입이라, 의견을 한데 모으는 과정이 쉽지는 않은데요.(웃음) 그래서 의견이 갈릴 때면 원하는 버전을 일단 다 만들어 보려고 해요. ‘TNT’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도 의견 합치에 실패했거든요.(웃음) 계획했던 로케이션에서 촬영하던 중에 도로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한 30분 동안 저희끼리 토론을 했어요.(웃음) “이게 맞는 것 같다.”, “아니다. 원래대로 가야 한다.”(웃음) 결국 3명은 원래 계획대로, 2명은 새로 낸 아이디어를 가공해 찍어 보고 감독님이랑 회사한테 두 버전을 모두 보내드렸어요. 그렇게 다른 의견까지 모두 들어보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렸고요.

크루로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존중하지만,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거네요.
주훈: 어쨌든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의견들 중에서 가장 좋은 걸 선택하거나 또는 여러 의견들을 조합해 최상의 버전을 만들어내야죠. 그런데 일단 같이 놀면서 찍다 보면 결과적으로도 꽤 좋을 때가 많아요. 이번에도 프리스타일로 촬영했거든요. 애초에 저희가 계획에 소질이 없기도 하고요.(웃음)

‘REDRED’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 촬영 과정은 어땠나요?
주훈: ‘REDRED’라는 곡이 지닌 거친 느낌을 어떻게 이미지화하면 좋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총 두 가지 버전을 만들었는데요. 본편 뮤직비디오의 기반이 된 버전은 한국의 빈티지한 감성을 살려보자는 이야기에서 시작됐어요. 저희가 처음 ‘REDRED’를 작업할 때 영국 동네(hood)의 소년들을 상상하며 만들었거든요. 그 느낌을 가져오면서 한국 특유의 감성을 녹여보려고 했고 거기서 ‘노포’가 떠올랐어요. 저희 스태프 분이 섭외해주신 민물장어 가게에서 촬영했는데요.(웃음) 현장에 즉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품이 많았어요. 앞치마도 입어 보고, 화장실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달력도 찍어 보고요. 그리고 출입구에 ‘어서오십시오’라고 적힌 발매트가 마침 초록색 하나, 빨간색 하나 있더라고요.(웃음) 보자마자 인서트를 땄어요. 그런 식으로 별 계획 없이 캠코더 하나 들고 가 즉흥적으로 찍은 결과물이에요. 제스처를 중심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도 있는데, 여기서는 영상적으로 하나의 ‘킥’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아 스톱모션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촬영이랑 편집은 제임스 형이 맡아줬고요.

영상 연출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데, 평소 영화 보기나 책 읽기를 즐기는 영향이 있을 듯해요.
주훈: 최근에 영화 ‘파반느’를 보기 전에 원작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먼저 읽었는데요. 일본 촬영 때 비행기에서나 대기 시간에 읽으려고 가져갔는데, 일본에서 다 읽고 왔어요.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나오면, 책을 먼저 읽어 보는 편이에요. 영화는 어떤 그림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반면에, 책은 읽는 동안 제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어 저만의 스타일로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요.

머릿속으로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독서의 큰 재미 중 하나죠. ‘안녕이라 그랬어’ 같은 책은 재독까지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주훈: 가끔 한 번으로는 애매하다 싶을 때가 있어요. 다 읽긴 읽었는데 ‘하, 더 가져올 게 있다!’ 싶으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어요. 책의 내용을 제 것으로 가져오고 싶어서요. ‘안녕이라 그랬어’는 처음 읽었을 때 내용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책 마지막 부분에 있는 해설까지 읽고 나서, ‘아, 이 문장이 이런 의미였구나. 복선이었구나.’ 찾아가며 다시 읽어봤어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무언가를 체화하려는 모습이 평소 주훈 씨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도 닮아 보여요.
주훈: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고요. 전에는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것도 좋은 것 같고, 모르겠다…’ 싶은 상황도 많았는데요. 그래도 요즘은 ‘내 생각으로는 이게 훨씬 좋다!’ 하는 기준이 생겼어요. 확실히 전에 비해서는 좀 변했다고 느끼는데, 경험이 쌓이는 과정에서 저만의 주관과 확신이 커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건호 씨가 평소에는 조용한 편이지만 가끔 내는 의견의 힘이 세다는 이유로 주훈 씨를 팀 내 “loudest person”으로 꼽았어요.
주훈: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찌 됐든 좋은 아이디어 하나를 선택해야 하잖아요. 작업할 때는 명확한 의견이 있어야 팀에게 좀 더 도움이 될테니까, 제 생각을 최대한 이야기하려고 해요. 다만 평소에는 제가 진정으로 동의할 수 있는 말만 꺼내려고 해요. 말하기 전에 생각이 많은 타입이기도 하고요.(웃음)

GQ’ 인터뷰에서 “자기가 하는 말에 책임지고 행동에 무게감 있는 그런 사람이 어른”이라고 답한 게 떠오르네요. 중립에서 벗어나는 감정을 조절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주훈: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따라 더욱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지거든요. 때에 따라 필요하면 그 감정을 써야 겠지만, 굳이 그 감정을 비추는 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냥 제 안에 갖고 있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때로 억눌린 감정이 터져나올 때도 있잖아요. 작년 8월 11일, 데뷔 전 사옥 건물에 래핑 광고가 걸린 날처럼요.
주훈: 되게 복합적인 감정이었어요. 데뷔까지 왔다는 사실이 분명 기뻤는데, 그간 멀게만 느껴지던 데뷔가 목전에 있다는 게 순간 체감됐어요. 그 큰 건물에 저랑 멤버들 얼굴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 걸 보니까 ‘아… 이제 코앞이다. 올 게 왔다.’ 싶었어요.(웃음) 그런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나온 눈물 같아요. 당시에는 ‘과연 내가 진짜 세상에 비춰질 준비가 되어 있나.’ 하고 끊임없이 되뇌었거든요.

다음 앨범 활동을 앞둔 지금은 어떤 고민이 있나요? 
주훈: 여전히 쉽지 않은 건 사실인데요.(웃음) 제가 제 공부를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고, 이곳에 한번에 적응하는 건 누구나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아직 이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고요. 그래도 음악적으로든, 이런 인터뷰가 됐든, 저만의 색깔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어요. 남의 말에 휩쓸리기 쉬운 환경이지만 저만의 것을 잃지 않고 싶은 마음이에요.

끝내 잃고 싶지 않은 주훈 씨만의 것이 무엇일까요? ‘REDRED’와 ‘ACAI’의 가사에서도 “진짜배기”가 되고 싶다고 선언하죠.
주훈: 어렵다, 어렵네요. (고개를 파묻고 한참을 고민하다) 땅에 발붙이고 살아간다는 감각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저만의 안정감을 갖고 싶어요. 그러면 제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걸 고민하는 과정이 곧 ‘나만의 멋’을 찾아가는 길 아닐까 싶어요. ‘2024_신인팀 인터뷰.xlsx’ 당시 “제 스스로를 아직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까요?
주훈: 그때보다는 아주 살짝...(웃음)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웃음)

평소 안정감을 중시하는 성향이지만, 변화가 잦고 템포가 빠른 환경이 일상인 직업을 선택했어요. 이 일의 어떤 점이 주훈 씨를 동하게 했나요?
주훈: 재미… 재미인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흥미진진한 삶을 원했던 것 같아요. 노래를 만들고 무대에 서는 지금의 삶이 저에게는 좀 더 재미있게 다가와요. 물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이 일이 재밌다는 건 확실하거든요.

재미라는 초록불(‘GREENGREEN’)이 들어온 거네요.
주훈: 재미가 있어야 흥미를 느끼고, 흥미가 있어야 또 열정이 생기니까요. 개인 작업도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예요. 돌이켜보면 결국 다 재미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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