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oW] 옛날 음악 듣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스트리밍 시대가 일으킨 음악 듣기의 변화
2021.07.23
이제 널리 알려진 것처럼, ‘빌보드 200’의 앨범 판매 순위는 앨범 소비량을 그 바탕에 둔다. 실물 앨범 1장, 다운로드 10곡, 유료 스트리밍 1,250회,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3,750회가 동등하다. 이는 각 소비량이 발생시키는 음반 회사의 매출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다. 이 통계는 매주 차트를 만들 때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분석의 대상이 된다.
최근 수년간 앨범 소비량에서 일관된 변화가 한 가지 있다면, 이른바 카탈로그 음악의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보통 발매 이후 18개월이 경과한 음악을 카탈로그로 분류한다. 18개월이 신보와 구보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해도 좋다. 2021년 상반기 카탈로그 음악의 소비 비중은 66.4%로 전체 시장의 2/3에 육박한다. 2018년 상반기 이 숫자는 60.8%였다.
물론 스트리밍 덕분에 신보와 구보 소비량은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상반기 미국의 앨범 소비량 전체는 4억 3,000만 장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증가율을 나눠보면, 구보가 18%, 신보가 6%다. 사실 18개월이라는 규칙 때문에 음악 시장 내에서 신보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음악에 더 집중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숫자만 봐도 시장 성장률에서 구보가 신보를 압도한다.
히트 곡을 중심으로 통계를 다시 바라보면 흥미로운 면이 드러난다. 미국 시장에서 음악 스트리밍 횟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상반기 575억 회였던 숫자는 올해 상반기 4,828억 회에 이른다. 그런데 ‘톱 10’ 히트곡의 스트리밍 성적은 2019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2019년 상반기 ‘톱 10’ 히트곡은 3.8억 회로 정점으로 감소하여, 올해 상반기에는 3.1억 회다. 스트리밍 시장 전체에서 ‘톱 10’ 히트 곡의 비중은 좀 더 극적이다. 한참 이른 2016년 상반기 1.62%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올해 상반기에는 0.64%에 불과하다.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스트리밍이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대중화되면서 시장 전체를 대변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과거 음반 시대에 카탈로그 음악은 더 이상 매출을 발생시킬 여지가 없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비욘세의 데뷔 앨범이 궁금한데 집에 부모님이 가진 음반이 있다면, 당신은 그걸 들을 것이고, 더 이상 매출은 없다. 부모님 본인이 그 음반을 다시 듣는다고 해도 더 이상 매출은 없다. 스트리밍 시대에 이 모든 행위는 매출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카탈로그 음악의 시장 비중 증가는 어느 순간 정체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보다 즉각적이고, 솔직하다. 최근 자산 시장에서 오래된 카탈로그 음악의 저작권은 가장 유망한 거래 대상으로 떠올랐다. 스트리밍 덕분에 음악 저작권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되었고, 아티스트는 일시에 현금을 마련할 수 있으며, 투자자는 기존의 자산과 상관관계가 적은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다. 신보 시장은 어떤가? 팬 베이스를 중심으로 음반과 음원 판매를 극대화하는 전략은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팬 베이스 의존이 차트를 왜곡하는지, 실제 현실의 매출 전략을 반영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라.
TRIVIA
저작권 거래 시장의 성장
작년 말 밥 딜런은 자신이 쓴 모든 노래의 권리를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 그룹에 최소 3억 달러에 팔았다. 약 60년간 발표한 600여곡에 대한 권리를 판매한 것으로, 단일 작곡가 카탈로그 거래 중 최대 규모다. 올해 초 닐 영은 자신의 카탈로그 권리 절반을 영국의 음악 저작권 투자 및 관리 회사 힙그노시스 송 펀드에 1.5억 달러에 팔았다. 비슷한 사례는 최근 끝도 없이 이어진다. 힙그노시스 송 펀드는 이미 무수한 유명 작곡가의 카탈로그를 확보했고, 영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시가총액이 2조원에 이른다. 본문에서 언급한 경제적 이유를 제외하고도, 노장들이 카탈로그 권한을 판매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들은 유명 아티스트 사망 이후 저작권을 두고 벌어지는 다툼을 목격한 바 있고, 이 문제를 방지하길 원한다.
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ad More
- [NoW] ‘Mood’, 지금 이 시대의 히트곡2020.12.04
- [NoW] 스포티파이가 온다2020.12.31
- [NoW] 스타 탄생, 올리비아 로드리고2021.01.29
- [NoW] 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녹음’2021.03.05
- [NoW] 드레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2021.04.02
- [NoW] 스니펫, 음악을 미리 들어주세요2021.04.30
- [NoW] 더 키드 라로이의 노래를 들어야 할 때2021.05.28
- [NoW] 바이닐 미, 플리즈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