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어느 방송국의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그들과 여러 음식을 먹고 얘기하는 토크쇼다(물론, 몸 개그도 포함된다). 매번 주제 음식이 있는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친구들과 먹은 음식 중에는 추어탕도 있었다. 그들은 그릇을 싹싹 비웠다. 추어탕은 대중적이지 않다. 한국인도 아무나 먹어치우는 음식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입맛 한국화 패치를 달았다.”고 농담을 했다. 매운 것도, 길거리 음식도 잘 먹는다. 식당에 같이 가면 “이모, 김치 추가요!” 하고 외친다. 

 

그런 그들이 “이건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고 한 음식이 있다. 평양냉면이다. 이 음식은 한국에서도 늘 논란에 휩싸인다.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밍밍하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이 음식이 맛있다고 거짓말을 했어, 다시는 먹지 않을 거야.” 같은 반응도 많다. 평양냉면은 아주 차가운 육수에 메밀로 만든 면을 넣어 먹는다. 달걀과 약간의 맵지 않은 김치가 토핑으로 쓰이는 정도다. 입맛 한국화 패치의 마지막 단계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보통, 세계적으로 차가운 음식은 디저트다.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이다. 스페인에 가스파초 같은 차가운 수프가 있지만, 냉면처럼 얼음을 둥둥 띄워 먹지는 않으니까, 더구나 가스파초는 한국의 냉면처럼 사계절 누구나 일상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다. 냉면은 보통 두 가지가 있다. 차갑고 맑은 육수에 넣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으로 먹는 평양냉면 그리고 맵고 달콤한 고춧가루 양념에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면을 비벼 먹는 함흥냉면이 있다. 어느 정도 한국 음식에 적응한 사람들은 함흥냉면도 잘 먹는다. 엄청나게 매울 것을 각오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평양냉면은 어렵다. 면은 쫄깃하지 않고 금세 끊어진다. 맛의 포인트가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단맛이 없는 차가운 고깃국물에 쫄깃하지 않은 메밀면이 들어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한식’을 물어보면 평양냉면이 자주 등장하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점차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나로서는 미스터리한 일이다. 한국인 중에도 싫어하는 이들이 많은 평양냉면을 좋아한다니! 평양냉면의 그 특별한 맛은 사실, 한국에게도 좀 어려운 배경이 있다. 평양은 남북 분단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70여 년 전 남북이 분단될 무렵,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많은 시민들이 남쪽으로 왔다. 박해를 피하거나, 정치적 견해 차이 등이 주원인이었다. 그들이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팔면서 평양냉면은 한반도의 남쪽, 즉 한국의 곳곳에서 뿌리를 내렸다. 원래 세계적으로, 이주민들은 살기 위해서 자기 고향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을 한다. 베트남의 쌀국수도 원래는 북쪽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남쪽으로 전파했다. 냉면은 여름철에 특히 인기가 있어서 크게 번성했다. 이제는, 마트에 가면 인스턴트로 만든 평양냉면이 진열되어 있으며 외국의 아시아 마트나 한국 음식 마트에도 판다. 평양냉면은 한식의 한 특징을 반영한다. 한식은 종종 극단적으로 뜨겁거나 차갑다. 펄펄 끓는 뚝배기가 상 위에 올라온다. 거기에 닭 한 마리를 넣어도 충분히 삶을 수 있을 것 같은 기세로 보글거린다. 냉면에는 얼음 슬러시가 같이 들어간다. 상에 설치된 바비큐 불판에 아주 뜨겁게 고기를 구워 먹고, 이내 ‘후식’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평양냉면을 먹기도 한다. 한국인은 입안에서 극단을 체험하는 걸 좋아한다. 평양냉면은 어떤 의미에서, 동양적 사상을 상징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가득 담겨 있지만 색의 표현이 없는 육수는 마치 동양화에서 일부러 비워두는 하얀 여백처럼 보인다. 원래 면이란 쫄깃할수록 사랑받는다. 평양냉면은 반대다. 씹자마자 흩어진다. 자극이 없는 것에서 맛을 느끼는 것은 종종 철학적 인내심이라고 표현된다. 너무 어렵다고? 미안하다. 당장 당신을 평양냉면집에 데려가고 싶다. 물론, 그렇다고 ‘철학과 여백’을 생각하며 억지로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는 없다. 음식은 입에서 다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자, “냉면이란 뭔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드린다.

“입에 넣는 에어컨이에요. 너무 추우면 옆방으로 갔다가 다시 오세요!”

  • © Park Chanil

TRIVIA 


입가심 냉면

한국은 삼겹살 왕국이지만, 과거에는 불고기의 나라였다. 냉면은 독립성이 강하지만, 종종 불고기와 갈비구이의 디저트가 되곤 했다. 한국의 불고기나 갈빗집은 지금도 인기가 있는데, 냉면을 먹고 자리를 끝낸다. 이때 먹는 냉면을 한글로 ‘입가심’이라고 한다. 입을 개운하게 해준다는 뜻이다. 이때 냉면은 반값이거나 놀랍게도 공짜다.

글. 박찬일(음식 칼럼니스트)
디자인.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