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5~17일과 22~24일, 2주간 주말에 걸쳐 2022년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이 열렸다. 코첼라는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열리지 못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정상화에 따른 대규모 공연 재개의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주요 공연을 생중계로 볼 수 있기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시, 위켄드 등 유명 아티스트의 최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큰 관심이 쏠리는 만큼 아티스트도 코첼라 무대를 전후로 신곡이나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여 관심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팀은 코첼라를 마지막 무대로 삼기로 선택했다. 브록햄튼(Brockhampton)은 이미 지난 1월, 코첼라 무대를 마지막으로 팀 활동을 중단할 것이며, 당시 예정된 투어는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코첼라는 브록햄튼 무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었고, 자연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생중계 대상이 된 것도 물론이다. 브록햄튼은 자칭 ‘보이 밴드’이자 창작 집단이다. 팀의 중심에는 2014년 무렵 팀을 결성하고 활동 기간 전체에 걸쳐 빠짐없이 활동한 케빈 앱스트랙이 있다. 하지만 보컬리스트, 프로듀서,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웹 디자이너,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10여 명의 멤버가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작업으로 재능을 선보인 특이한 구성을 자랑한다. 형태를 보면 에이셉 몹(A$AP Mob)이나 오드 퓨처(Odd Future) 같은 집단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에이셉 몹이나 오드 퓨처에서 다수의 아티스트가 느슨한 연결 관계를 지니고 솔로 작업 또는 상호 협업에서 음악적 성과를 낸 것과 달리, 브록햄튼은 하나의 팀이라는 정체성이 훨씬 강하다. 실제로 이들의 명성을 결정적인 계기는 2017년 하반기에 쏟아낸 믹스테이프 3부작 ‘Saturation’ 시리즈다. ‘Saturation’ 시리즈 제작 당시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거의 모든 멤버가 아이디어를 내고, 마이크 앞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쏟아낸다. 끊임없이 새로운 조합과 구성을 시험한 결과는 그해 가장 폭발적인 창작력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음악은 힙합의 장르적 경계가 지극히 넓어진 현재의 기준에서도, 여전히 그 바깥을 탐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케빈 앱스트랙은 일찍이 트위터에서 자신들을 “랩 컬렉티브가 아니라 보이 밴드”라고 정의했다. ‘BOOGIE’에서는 “Best boy band since One Direction(원 디렉션 이후 최고의 보이 밴드)”라고 노래한다. 보이 밴드라는 단어의 편견 섞인 함의 때문에, 이들이 일종의 반어법을 구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것은 보이 밴드라는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이다. 이들은 하나의 팀이고, 힙합 같은 특정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누린다. 여기에 다양한 인종과 성적 지향을 아우르는 포용력, 오로지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완성하는 독립성은 보이 밴드의 정의를 확장한다.
두 번에 걸친 코첼라 공연이 끝났을 때, 이들은 2022년 브록햄튼의 마지막 앨범이 공개될 것을 밝혔다.
이들은 2021년 두 장의 앨범을 예고했지만, ‘Roadrunner: New Light, New Machine’ 앨범 1개만 공개한 바 있다. 해체 선언과 함께 그 존재가 모호했던 마지막 앨범이 나온다는 뜻이다. 끝이 아쉬운가? 팀이니까, 끝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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