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스타일스, 켄드릭 라마, 배드 버니 등 대형 아티스트의 신작이 연이어 쏟아지는 초여름, 빌보드 차트에는 낯익지만 의외의 이름이 등장했다. 케이트 부시의 대표 곡 중 하나인 1985년 작 ‘Running Up That Hill’이 6월 11일 자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8위다. 1985년에는 30위까지 올랐던 곡이다. 지난 5월 27일,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시즌 4가 공개되고, 그중 여러 에피소드에 이 노래가 삽입되었다. 특히, 에피소드 4의 결정적 장면에 집중적으로 쓰이면서 놀라운 반응을 얻었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시즌 4 공개 직후 ‘Running Up That Hill’의 일간 글로벌 스트리밍은 88배 증가했다. 미국만 보면 100배 증가다.
 

TV 시리즈 혹은 영화에 삽입된 과거 히트 곡이 다시 조명을 받는 일은 많지만, 대중적 인기로 이어져 차트에 다시 등장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음악 시장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아티스트와 새로운 음악에 자원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Unchained Melody’(영화 ‘고스트’), ‘Bohemian Rhapsody’(영화 ‘웨인즈 월드’), ‘My Sharona’(영화 ‘청춘 스케치’) 등이 연이어 히트한 것은 당시 몇 년간의 예외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My Sharona’ 이후 무려 20년이 지난 2015년에야 N.W.A를 다룬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Straight Outta Compton)’의 동명 수록 곡이 핫 100, 38위에 올랐다. 올해 초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가 영화 ‘배트맨’에 삽입되면서 46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케이트 부시의 ‘Running Up That Hill’은 무려 톱 10 진입이다.
 

여기에 스트리밍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방금 TV 또는 극장에서 멋진 노래를 들었다. 음반 시대라면 당신은 OST 또는 그 노래가 수록된 앨범을 찾아, 구입해야 그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 과거 히트 곡이 이미 익숙한 사람은 물론이고, 그 노래가 낯설지만 마음에 든 새로운 세대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다. 과거 1990년대 초에는 일부 라디오 채널이 이 격차를 메워주었다. 지금은 스트리밍이다. “헤이 시리, 이 노래를 찾아줘.” 넷플릭스 구독자에게 ‘기묘한 이야기’의 새로운 시즌은 3년 만에 찾아온 대형 이벤트이고, 모든 사람들이 주말에 걸쳐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노래를 찾았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 배경에 불과하고, 모든 미디어 수록 곡이 이런 주목을 받을 수는 없다. ‘Running Up That Hill’은 198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하는 ‘기묘한 이야기’와 시대적으로 맞으면서, 인물과 스토리에 완벽하게 호응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띵 404’의 감동을 노래로 이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신이 ‘기묘한 이야기’ 이전에 케이트 부시나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해도 아무 상관없다. 당신은 이 노래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고, 일상의 작은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는 실수를 할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그 작은 기억은 신과의 계약(A Deal With God, 노래의 부제)이라 칭할 만큼 예외적이고 기적적인 존재로 당신의 삶을, 세상을 구한다.

TRIVIA

세이디 싱크

‘기묘한 이야기’ 맥스 메이필드 역. ‘Running Up That Hill’ 장면의 주인공이다. 12세에 뮤지컬 ‘애니’로 데뷔하고, ‘기묘한 이야기’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All Too Well’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