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게티 이미지, 스포티파이
00:00 00:00
POWERED BY  
tts logo

스포티파이에 처음 가입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사용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3명 이상 선택해야 한다. 스포티파이는 당신의 멋진 취향을 칭찬한 다음, 인기 차트나 신곡 모음이 아니라 당신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첫 화면에 보여준다. 최초의 선택과 비슷한 아티스트가 포함된 재생목록과 앨범을 추천하고, 같은 기준으로 ‘데일리 믹스(Daily Mix)’와 ‘스테이션(Station)’을 만든다. 그리고 첫 감상의 기록이 쌓이고 몇 시간이 지나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Made For You)’ 메뉴에서 ‘데이리스트(daylist)’를 볼 수 있다. 데이리스트는 많은 이들이 칭찬하는 스포티파이의 음악 추천 혹은 큐레이션의 최신 버전이다.

© 스포티파이

데이리스트는 사용자의 청취 습관과 기분에 따라 하루 최대 12회까지 걸쳐 재생목록을 자동 생성한다. 각 재생목록에는 장르, 분위기, 요일과 시간대를 반영한 제목이 붙는다. 실제로 재생한 제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새드 걸 파워 발라드 토요일 오후(sad girl power ballad saturday afternoon)’, ‘도파민 미래지향적 월요일(dopamine futuristic monday)’, ‘코스믹 K-팝 일요일 밤(cosmic k-pop sunday night)’. 매번 새롭게 만들어진 재생목록은 따로 저장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1회성이다. 여기에는 사용자가 좋아하는 노래, 비슷한 추천 곡, 신곡 등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이는 스포티파이가 기존에 제공했던 다양한 개인화 재생목록의 특징을 하나로 합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새 위클리 추천 곡(Discover Weekly)’은 청취자의 취향을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을 제시한다. ‘Release Radar’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장르의 신곡에 중점을 둔다. ‘데일리 믹스(Daily Mix)’는 장르 및 스타일에 따라 최대 6개의 재생목록을 만든다. 영어와 스페인어로만 제공되는 ‘DJ’는 개인화를 위한 AI의 존재를 전면에 드러낸다. 당신만을 위한 DJ가 간단한 멘트와 함께 여러 장르, 분위기, 시대의 음악을 끊임없이 틀어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다양한 주제가 4~5곡마다 바뀌고, 재생목록을 미리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데이리스트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종류마저 지나치게 많아진 상황에서 선택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오직 당신만을 위한 서비스라는 어필도 확실하다. 작년 9월 북미, 영국, 호주 등 일부 지역에서 시작한 서비스를 불과 1년이 지난 올해 9월 글로벌 전역에서 다양한 언어로 확대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데이리스트는 이미 널리 사랑받는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데이리스트 사용자의 70%는 매주, 수백만 명은 매일, 자신만의 재생목록을 감상하면서, 발견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현재 큐레이션과 개인화는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인다. 애플뮤직도 ‘뉴 뮤직(New Music)’, ‘헤비 로테이션(Heavy Rotation)’ 등 다섯 가지 개인화된 믹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의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큐레이션이란 편집자의 존재와 때때로 그의 취향과 안목이 드러나는 정적인 서비스였다. 장르, 분위기(Mood), 활동(Activity)으로 구분되는 음악 소비의 기준은 이미 오래전에 정립된 개념이다. 그래서 ‘흥겨운 팝 저녁식사’, ‘평화로운 재즈 수영장’ 같은 조합은 고전적인 재생목록의 주제를 이룬다. 단, 이런 접근은 스트리밍을 음반과 라디오라는 전통 매체의 연장선으로 보는 낡은 아이디어로 판명되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스트리밍은 그들이 알고 있는 유일한 매체다. 모든 음악은 이미 거기 있다. 중요한 것은 남이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듣는 것이고, 그것이 나를 반영하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현재 나의 감정과 삶의 단계에 적합한 음악과 재생목록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욕구는 자연스럽다.

알고리즘 또는 AI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여 마법적으로 새로운 욕구를 충족한 것이 아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0년 이상 타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른 큐레이팅 철학을 바탕으로 자사의 음악 추천 서비스를 가다듬어 왔다. 애플 뮤직의 전신인 비츠 뮤직을 만들었던 지미 아이오빈(Jimmy Iovine)은, 2015년 애플 뮤직을 출범하며 큐레이션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가 직접 선정한 최고의 음악 전문가들이 엄선한 혁신적인 음악 서비스’를 약속하며, ‘알고리즘만으로는 그런 감정적인 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인간적인 손길이 필요합니다.’ 음악 스트리밍과 추천 서비스의 선구 회사인 판도라의 생각은 어땠을까? 같은 시기 판도라의 재생목록 책임자 에릭 비에쉬케(Eric Bieschke)는 말한 바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 두 곡을 주고 싫어하는 노래 한 곡을 준다면, 우리는 실패한 것이다.’ 이 역시 온전히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음악 추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발언이다.

스포티파이의 방향은 달랐다. 그들은 2015년 온전히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개인화 재생목록 ‘새 위클리 추천곡’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당시 인수한 3천만곡 이상의 노래에 대한 데이터가 활용되었다. 그 이후로도 스포티파이는 당신이 무엇을 듣고 좋아하는지 기록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사운드와 가사의 분위기를 분석하는 기술을 가다듬고, 수천 개마이크로 장르를 구분하는 작업을 통해 알고리즘 기반의 큐레이팅이라는 미래를 준비해왔다. 스포티파이의 데이터 연금술사라고 불린 글렌 맥도널드의 책 제목처럼, ‘당신은 아직 당신의 최애곡을 듣지 못했다’는 믿음이 데이리스트까지 이어진다.

과거 음악의 발견이란 장르와 스타일로 취향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지표로 삼아 확장하는 개념이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당신만의 음악 라이브러리 대신 세상의 모든 음악을 주머니에 넣어 주었을 때, 재생목록과 큐레이션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10년 전 스포티파이의 방향 설정은 성공했는가? 스포티파이는 현재 전세계 스트리밍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1위 업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큐레이션은 소셜 미디어로서의 스트리밍 서비스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었다. 모든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가 플랫폼을 떠나지 않고, 최대한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 스웨덴에서 온 스포티파이가 모든 글로벌 경쟁자를 제치고 오직 당신만의 재생 버튼을 만들어 해낸 일이다.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