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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드레이크는 스트리밍 시대에 차트를 지배한다고 평해도 과하지 않다. 그의 차트 파급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기록은 크게 2가지다. 첫째, 2018년 앨범 ‘Scorpion’은 빌보드 200 1위에 5주 연속 올랐고, 수록 곡 중 3곡이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고, 7곡이 10위 이내에 들었다. 앨범에 수록된 25곡 모두 빌보드 핫 100에 오르기도 했다. 둘째, 드레이크는 2009년 5월부터 2017년 8월까지 431주간 빌보드 핫 100 순위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드레이크는 ‘Scorpion’ 이후로도 피처링이나 비정규 앨범으로 상당한 히트 기록을 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번째 정규 앨범 ‘Certified Lover Boy’ 데뷔 성적에 관심이 쏟아졌다. 드레이크가 선도했던 앨범 스트리밍 전략은 이미 힙합 씬 전체의 상식이 되었고, 그 이상으로 진화했다. 그렇다면 드레이크는 여전히 스트리밍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좀 더 자극적인 배경이 더해졌다. ‘Certified Lover Boy’는 애초 지난 1월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드레이크의 부상 때문에 여름까지 발매를 연기했다. 그사이 카니예 웨스트와 드레이크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카니예 웨스트의 새 앨범 ‘Donda’가 발매 연기를 거듭하는 것이 ‘Certified Lover Boy’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이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우연인지 의도인지 ‘Donda’는 ‘Certified Lover Boy’보다 5일 먼저 공개되었다. ‘Certified Lover Boy’의 발매 주간에 토론토 시내의 대형 광고판을 ‘Donda’ 홍보물이 독점하다시피 한 것을 보면 정말인가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결과는? 드레이크와 카니예 웨스트의 대결은 판정하기 어렵다. ‘Donda’는 1주일 먼저 나왔지만, 일요일에 공개되어 금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측정하는 주간 성적에서 이틀을 손해보았다. 이 때문에 두 앨범의 첫 주 성적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드레이크이고,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는 과거의 자기 자신에게 지지 않았다. ‘Certified Lover Boy’는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의 24시간 스트리밍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이전 기록은 당연히 자기 자신의 ‘Scorpion’이 가지고 있었다. 앨범에 수록된 ‘Girls Want Girls (Feat. Lil Baby)’, ‘Champagne Poetry’, ‘Fair Trade(Feat. Travis Scott)’ 3곡은 24시간 재생 기록의 1~3위를 모두 갈아치웠다. 

 

9월 18일 자 ‘빌보드 200’에서 ‘Certified Lover Boy’는 1위로 데뷔했다. 총 스트리밍 성적은 7억 4,367만 회로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56만 장 상당이다. ‘Scorpion’이 7억 4,592만 회로 약간 많다. 하지만 21곡과 25곡이라는 트랙 수의 차이를 감안하면 ‘Certified Lover Boy’의 효율이 좀 더 좋아 보인다. 전체 판매량은 61만 장 단위이고, 테일러 스위프트와 드레이크 자신을 제외하면 누구도 달성한 적 없는 숫자다.

 

‘Certified Lover Boy’가 ‘Scorpion’과 같이 장기간 차트를 지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 ‘Scorpion’이 이미 선행 싱글을 통하여 홍보 효과를 누린 것에 비해 ‘Certified Lover Boy’ 앨범은 한꺼번에 공개되었다. 이 차이가 앞으로 몇 주간 앨범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누군가의 영향력은 숫자나 성적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새로운 전략이 성공적인 모험이 되고, 시장의 기준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