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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음악계에서 앨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판매 전략은 다양하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최근 몇 년 사이만 보아도, MD나 공연 티켓과의 묶음 판매, 추가 트랙 공개 및 딜럭스 버전 재발매는 판매량 집계 규칙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장을 불러왔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가치는 당신이 구입한 앨범이 수량이나 기간상으로 한정되어 있을 때 나온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의 아날로그 감성이 힘이 발휘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한정된 정도가 아니라 유일한 물건은 어떤가? 음악계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서명한 음반이란 유일성을 보장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아티스트 본인의 의지는 물론이고, 육체적인 노동을 수반한다. 지난달 테일러 스위프트는 ‘Fearless (Taylor's Version)’의 자필 서명 CD를 72시간 동안 한정 판매했다. 그녀는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손이 굳어버렸다.”고 농담을 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evermore’ 앨범은 현재 유행하는 아날로그 전략의 선구자와 같다. 지난 6월, 이 앨범은 갑자기 2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빌보드 200’ 1위로 복귀했다. 당시 역사적인 LP 주간 판매량 10만 장에 관심이 쏠렸고, 자필 서명 CD 판매로 CD만 7만 장을 팔았다는 것은 종종 잊혀진다. 그 전 주 CD 판매량은 1,800장이었다. 그리고 디지털 음원의 서명 버전도 있었다. 각기 다른 4가지 버전의 커버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서명이 들어갔다. 디지털 음원 판매는 2만 장이었다. 그 전 주에는 400장이었다. 잠깐, 디지털 음원의 서명 버전? 디지털 서명?

사실 사무적인 용도에서의 전자 서명은 코로나19 시대 이전에도 충분히 발달해왔고, 지금은 더욱 유용할 따름이다. 엄밀한 의미의 전자 서명은 서명을 한 사람의 신원이 제3자에게 검증되었고, 서명 이후 문서의 내용이 변경되지 않으며, 서명을 한 사람은 자신의 서명을 부인할 수 없다. 덕분에 우리는 직접 만나지 않고도 법률적으로 완전한 계약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의 서명은 그보다 느슨한 개념이고, 가끔은 농담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서명된 디지털 음원은 아티스트의 서명이 추가된 커버 이미지를 담고 있는 음원 파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기술 같은 것이 담겨 있어서 원본을 인증하거나, 사고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디지털 음원 판매가 매번 한정된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테일러 스위프트 이후 도자 캣, 미고스, 최근에는 레이디 가가와 토니 베넷도 서명된 디지털 음원을 냈고 어느 정도 앨범 판매량에 도움을 받았다.

새로운 기술이 아티스트와 팬이 만나는 방법을 새롭게 정의하고 확장하는 중이다. 전자 서명도 그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탐색 중이다. 예를 들어 전자 서명에 대한 조금 다른 접근 방식도 있다. 이미 2015년 에 루크 브라이언은 앨범 ‘Kill The Lights’를 공개하면서, 첫 24시간 동안 디지털 음원을 구매한 모든 팬들에게 개별적으로 전자 서명을 한 커버 이미지를 보내주었다. 전자 서명이 유일성을 획득한 순간이다.
TRIVIA

미고스의 전자 서명

미고스의 ‘Culture III’ 앨범은 디지털 음원으로만 판매되었는데, 그중에는 아티스트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한 서명된 디지털 앨범도 있다. 이 앨범을 구매하면 텍스트 파일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이는 우리 세 명이 복잡한 디지털 기술로 독점 서명한 앨범입니다. 이를 공유하거나 복제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