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oW] 케니 비츠
트랩 뮤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다
2021.06.18
힙합이 세계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끌게 되면서 래퍼 못지않게 프로듀서도 많아졌다. 특히 남부 힙합, 그중에서도 트랩 뮤직(Trap Music)의 인기가 폭발한 2010년대가 기점이었다. 이즈음부터 힙합은 팝과 알앤비 프로덕션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음악 차트에선 힙합 독과점 현상이 일어났다. 트랩 뮤직과 그로부터 파생된 드릴 뮤직(Drill Music)은 새로운 세대를 단번에 사로잡았고, 이를 자양분 삼은 젊은 프로듀서가 대거 등장했다. 이를테면 베이비(힙합 프로듀서)붐이었다.
흥미롭게도 그들 중 많은 이가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808드럼을 잘게 쪼개어 주조한 비트를 일렉트로닉 특유의 침잠된 무드와 차가운 질감의 사운드로 감쌌다. 이것은 획기적인 시도였다. 물론, 이전에도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키드 커디(Kid Cudi) 같은 아티스트가 일렉트로닉과의 퓨전을 통해 실험적인 힙합 음악을 들려줬지만, 일종의 흐름을 형성한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유행은 곧 매너리즘과 식상함을 부른다. 히트한 곡들 중에는 프로듀서의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이가 만들었다고 해도 속을 정도로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장수하는 건 타고난 재능으로 처음부터 차별성을 획득했거나 ‘그들 중 하나’로 남지 않기 부단히 노력한 이들이다. 코네티컷 출신의 케니 비츠(Kenny Beats)가 어느 쪽인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이건 확실하다. 그는 차세대 프로듀서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았고, 오늘날의 힙합을 알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됐다.
아홉 살에 기타를 잡은 이래 드럼까지 섭렵한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일렉트로닉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케니 비츠는 일렉트로닉, 그 안에서도 힙합과의 거리가 좀 더 먼 EDM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프로듀서로서의 공식적인 첫 결과물은 힙합이다. 17살부터 20살 때까지 시네마틱 뮤직 그룹(Cinematic Music Group), 알씨에이 레코즈(RCA Records), 제이 레코즈(J Records) 등의 레이블을 거치며 인턴을 하던 와중에 래퍼 스모크 드자(Smoke DZA)의 곡을 만들 기회를 얻었다. 이후로도 스모크 드자와 몇 곡을 더 작업했고, 2012년엔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곡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EDM의 세계로 들어갔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다가 다시 힙합의 세계로 돌아온 건 약 4년 뒤인 2017년이다. 2018년 힙합 미디어 ‘DJBooth’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어느 순간 돈과 영향력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시기부터 케니 비츠의 빛나는 커리어가 쌓이기 시작했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며 축적한 내공이 힙합에 스며들어 개성 있는 비트가 쏟아졌다. 그는 샘플러와 신시사이저, 그리고 음악 편집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사용한다. 잘게 쪼갠 하이햇, 타격감을 강조한 킥드럼과 스네어, 울림을 극대화한 808베이스를 조합하여 리듬 파트를 짜고, 느긋한 바이브를 연출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 2월에 발표된 영국 래퍼 헤디 원(Headie One)의 “Zodiac”은 좋은 예다. 이처럼 오묘한 무드의 트랩 뮤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듀서는 흔치 않다.
케니 비츠는 힙합 프로듀서로서 정체성을 정한 이래 굵직한 이름의 래퍼들과 작업해오는 중이다.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빈스 스태이플스(Vince Staples), 리코 내스티(Rico Nasty), 덴젤 커리(Denzel Curry) 등등, 많은 아티스트가 그를 찾았다. 아마도 케니 비츠의 프로덕션이 트랩 뮤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들 중 많은 이가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808드럼을 잘게 쪼개어 주조한 비트를 일렉트로닉 특유의 침잠된 무드와 차가운 질감의 사운드로 감쌌다. 이것은 획기적인 시도였다. 물론, 이전에도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키드 커디(Kid Cudi) 같은 아티스트가 일렉트로닉과의 퓨전을 통해 실험적인 힙합 음악을 들려줬지만, 일종의 흐름을 형성한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유행은 곧 매너리즘과 식상함을 부른다. 히트한 곡들 중에는 프로듀서의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이가 만들었다고 해도 속을 정도로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장수하는 건 타고난 재능으로 처음부터 차별성을 획득했거나 ‘그들 중 하나’로 남지 않기 부단히 노력한 이들이다. 코네티컷 출신의 케니 비츠(Kenny Beats)가 어느 쪽인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이건 확실하다. 그는 차세대 프로듀서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았고, 오늘날의 힙합을 알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됐다.
아홉 살에 기타를 잡은 이래 드럼까지 섭렵한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일렉트로닉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케니 비츠는 일렉트로닉, 그 안에서도 힙합과의 거리가 좀 더 먼 EDM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프로듀서로서의 공식적인 첫 결과물은 힙합이다. 17살부터 20살 때까지 시네마틱 뮤직 그룹(Cinematic Music Group), 알씨에이 레코즈(RCA Records), 제이 레코즈(J Records) 등의 레이블을 거치며 인턴을 하던 와중에 래퍼 스모크 드자(Smoke DZA)의 곡을 만들 기회를 얻었다. 이후로도 스모크 드자와 몇 곡을 더 작업했고, 2012년엔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곡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EDM의 세계로 들어갔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다가 다시 힙합의 세계로 돌아온 건 약 4년 뒤인 2017년이다. 2018년 힙합 미디어 ‘DJBooth’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어느 순간 돈과 영향력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시기부터 케니 비츠의 빛나는 커리어가 쌓이기 시작했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며 축적한 내공이 힙합에 스며들어 개성 있는 비트가 쏟아졌다. 그는 샘플러와 신시사이저, 그리고 음악 편집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사용한다. 잘게 쪼갠 하이햇, 타격감을 강조한 킥드럼과 스네어, 울림을 극대화한 808베이스를 조합하여 리듬 파트를 짜고, 느긋한 바이브를 연출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 2월에 발표된 영국 래퍼 헤디 원(Headie One)의 “Zodiac”은 좋은 예다. 이처럼 오묘한 무드의 트랩 뮤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듀서는 흔치 않다.
케니 비츠는 힙합 프로듀서로서 정체성을 정한 이래 굵직한 이름의 래퍼들과 작업해오는 중이다.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빈스 스태이플스(Vince Staples), 리코 내스티(Rico Nasty), 덴젤 커리(Denzel Curry) 등등, 많은 아티스트가 그를 찾았다. 아마도 케니 비츠의 프로덕션이 트랩 뮤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TRIVIA
Loudpvck
케니 비츠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EDM 듀오 라우드퍽(Loudpvck)을 결성하고 활동했다. 다른 멤버는 버클리음악대학 시절 만난 친구 라이언 마크(Ryan Marks)였다. 2015년에 EP를 내고 다수의 싱글도 발표했다. 그러나 2017년에 마크가 팀을 떠나고, 케니도 힙합 프로듀서로 전향하면서 팀은 해체했다(마지막 싱글은 2018년에 나왔다.).
Loudpvck
케니 비츠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EDM 듀오 라우드퍽(Loudpvck)을 결성하고 활동했다. 다른 멤버는 버클리음악대학 시절 만난 친구 라이언 마크(Ryan Marks)였다. 2015년에 EP를 내고 다수의 싱글도 발표했다. 그러나 2017년에 마크가 팀을 떠나고, 케니도 힙합 프로듀서로 전향하면서 팀은 해체했다(마지막 싱글은 2018년에 나왔다.).
글. 강일권(리드머, 음악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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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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