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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찬일(음식 칼럼니스트)
디자인. 전유림

‘타이니탄 김(TinyTAN Gim)’이라고 들어보셨는지. 그래 맞다. 방탄소년단의 캐릭터가 나오는 김 스낵이다. 김이라니. 김이 뭔지 아는 세계인은 이제 정말 많아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김은 호기심 언저리에 있는 음식이었다. 김을 전 세계에 널리 소개한 것은 스시다. 미국에서 몇몇 머리 좋은 일본 요리사들은 스시를 알리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미국인들이 잘 먹지 않는 날생선은 훈제연어까지만(사실 연기로 익히는 연어는 날것이 절대 아니지만)! 재료는 아보카도와 익힌 참치 그리고 마요네즈 소스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50년 전의 ‘롤’의 탄생이었다. 그들은 롤 말고도 김말이 스시를 팔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검은 종이’를 먹게 할 방법이 없었다. 손님들은 스스로 염소가 아니라는 농담을 스시 요리사에게 해댔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누드 롤, 즉 ‘검은 종이’가 보이지 않게 말아서 밥이 밖으로 나오는 음식이었다. 

 

팔기 위해 안으로 감춰진 김이 이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캐릭터가 김 스낵의 모델이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김의 빅히트를 예감하게 한다. 김은 맛있다. 올해 3월 26일 자 ‘뉴욕타임스’는 김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김은 한식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감칠맛의 대명사라는 내용이다. 감칠맛은 누구나 좋아하는 맛의 핵심이다. 스테이크도, 볶음밥도, 만두도, 우동도 감칠맛이 품질의 핵심적인 면을 결정한다. 그래서 혀가 느끼는 맛은 4가지라고 알려졌지만, 이제는 감칠맛을 포함하여 5가지가 되었다. 그 감칠맛이 엄청나게 강한 음식, 바로 김이다. 

 

한동안 김은 서양에서 ‘nori(のり)’라고 불렸다. 김을 먹는 서구인들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적당한 이름을 찾기 힘들어서 일본어를 차용해 썼다. 김을 학명인 ‘porphyra’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제는 のり도, porphyra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냥 김이라고 하면 되니까 말이다. 작게 잘라서 한국의 향기 나는 기름을 발라 구워 소금을 뿌린 후 포장한 김은 전 세계에 엄청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곧바로 꺼내 먹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식탁용 김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김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먹는다. 김 값도 제일 싸다. 

 

역사적으로 김은 한반도와 일본에서 잘 연구되었고, 많이 먹었다. 바닷가 바위 등에 자생적으로 붙어 자라는 김을 뜯어다가 말린 후 썼다. 김은 해조류에 속한다. 요즘 바위에 붙어 있는 것은 아주 희귀하다. 뜯을 일꾼이 없다. 대신 잘 훈련된 양식업자에 의해 대량생산된다. 김은 마치 식물처럼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바닷물이 깨끗해야 잘 자라며, 맑고 영양가 있으며 온도가 적당한 바닷물을 좋아한다. 어린아이처럼 아주 예민해서 조금만 환경이 달라지면 잘 자라지 않는다. 김은 푸성귀를 기르는 농부의 손길처럼, 사람의 손을 탄다. 그래서 김을 기르는 일을 ‘김 농사’라고 말한다. 김이 잘 자라는 겨울에 수온이 올라가거나, 플랑크톤 등이 이상 번식해서 김 농사를 망치게 되면 한국의 언론은 주요 뉴스로 이를 다룬다. 김은 한국에서 아주 중요한 재료인 까닭이다. 

 

김이 전 세계에 퍼져 나간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가볍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세계에 퍼져 살고 있다. 유학생도 많다. 이들은 김 전도사다. 가볍고 부피를 차지하지 않으므로 김을 많이 가지고 나간다. 교포나 유학생 집을 가보면, 김치는 없을지언정 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김은 아이패드만 한 크기이고 아주 가볍다. 식탁용 김과 달리 양념은 되어 있지 않지 않다. 이 김으로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바로 그 김밥을 만든다. 한국인은 집에 김을 준비해두고 밥을 지어서 무엇이든 안에 넣고 둥글게 말아 먹는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딸을 시집보낼 때 혼수를 마련하면서 김밥을 마는 전문 도구도 사는 경우가 많다. 김밥은 사먹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솜씨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누구나 김밥에 대한 추억이 한두 가지 있으며, 그중 다수는 어머니와 연관되어 있다. 어머니는 자식이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날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준비하곤 한다. 물론 이제는 다른 도시락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피크닉 갈 때 샌드위치에 해당하는 음식이 바로 김밥이며, 햄버거처럼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도시 곳곳에는 김밥 가게가 엄청나게 많아서, 원하면 언제든 곧바로 김밥을 먹을 수 있다. 맛있는 김밥 식당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만큼 유명세를 치르며, 많은 요리사들이 김밥을 잘 만들어서 스타덤에 오를 꿈을 꾼다. 마치 햄버거 세계를 석권하려고 칼을 가는 미국 요리사들처럼. 적어도 한국에서는 맥도날드보다 김밥 프랜차이즈 회사가 돈을 훨씬 더 많이 벌고 인기도 높다. 김밥은 일상이며, 한국인의 입맛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어서다. 당신도 이제는 당신이 사는 세계의 도시에서 김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김밥은 지금 가장 뜨거운 음식이고, 매일 새로 가게가 열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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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김 요리법

김은 다재다능한 음식 재료다. 아시아에서 생산량이 많으며, 가공도 자동화되어 값이 싸다. 김은 양념해서 반찬으로 먹지만, 김밥이라는 드라마틱한 음식의 기본 재료다. 김밥은 김, 밥, 속을 채우는 재료로 이루어져 있는데 창의적으로 얼마든지 확장된다. 밥 대신 달걀부침을 쓸 수도 있고 지역에서 많이 나는 로컬 푸드를 넣어도 좋다. 느억맘과 케첩, 와사비와 바비큐 소스로 양념해도 되고 원하면 어떤 고기를 넣어도 좋다. 김밥은 세상의 모든 음식을 다 소화할 수 있는 탤런트다. 자, 당신의 김밥을 만들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