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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장로(미술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일상의 빛은 우리의 매일을 밝혀주는 까닭에, 그 생동력 있는 아름다움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한 점에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전시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는, 쉽게 지나쳐오던 우리 일상 속 빛과 풍경에 대해 집중해보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1970년대 소호의 여러 갤러리에서 접한, 리얼리즘 기법의 회화 작업으로 활동하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미국에서뿐만이 아니라 국내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해외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회고전으로, 기존 작품 80여 점과 함께 주최 측의 커미션으로 제작한 3점의 신작이 포함되어 작품 생애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거주지를 이동했던 작가의 환경은 그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청소년기를 보냈던 뉴욕주 이타카 지역의 구름과 햇빛으로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예술적 영감의 시작이 되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장난감 블록이나 근교 농장에서 보여지는 그림자를 담은 초기 작업에서 눈에 띄는 지점이다. 같은 대상과 공간을 그리더라도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들은, 정지된 캔버스 화면 안에 시간의 변화와 더 큰 공간감을 불어넣어주며 작가의 화풍을 발전시켰다. 소재와 색감에 따라 섹션이 배치된 전시장에서, 시기에 따른 작품 변화와 작가의 관심사를 보다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주택’ 시리즈 작품들은 1990년대 후반까지 앨리스가 탐구하였던 주거 건축물이라는 소재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이전까지 완전한 외부를 조명하던 작가의 시선은 주택의 현관, 대문, 창문과 같이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연결 공간으로 옮겨 간다. 하나의 주택을 소재로 잡으면 몇 년간 다양한 구도로 그림을 그리며, 같은 공간에서도 매번 달라지는 빛과 시간을 담아내었다. 또한 이때부터는 실제 공간을 묘사하는 배경 대신, 본인의 의도가 담긴 다른 곳의 풍경을 합성하여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내는 시도가 진행되어 더욱 다양한 장소에 대한 창조로 이어진다. 이러한 작업적 시도에는 초기부터 이어져왔던 빛과 그림자에 대한 연구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인공적인 주택과 유기적인 자연물의 대비는 효과적인 빛의 사용으로 극대화되며 다채로운 풍경의 시야를 만들어준다. 그와 동시에 캔버스 안에서 그림자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식물들의 다양한 모습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서 있는 공간마저도 그 풍경의 일부로 느껴지게 하는 몰입감을 유발한다. 그렇게 극대화된 시공간의 연장선은 이후로 이어지는 2000년대의 대표작 ‘여름 바람’ 시리즈로 이어지게 된다.
 

‘여름 바람’ 시리즈에서는 작품의 공간이 완전히 실내로 들어오면서 커튼이 바람에 휘날리는 창가의 모습이 눈에 띈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대형 신작 ‘정적인 순간’, ‘설렘’, ‘차오르는 빛’은 습작과 함께 전시되어,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과 함께 시간에 따라 더욱 사실감 넘치는 작가의 테크닉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별다른 기물 없이 그려진 실내는 전시장의 벽과 연결되어 확장된 공간감을 보여주며, 지금 당장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커튼이 그 현장감으로 시선을 이끈다. 청량한 색감의 외부 풍경은 앨리스의 작품에서 호수나 바다와 같은 물의 특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도 비현실적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요즘의 우리는, 이전과는 달리 생활의 많은 부분들을 인내하며 살아가기에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일상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자유에 대해 돌이켜보는 향수는, 매일의 사소한 일상들로부터 특별한 오늘의 빛과 생명력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렇기에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영화의 풍경처럼 느껴지는 앨리스의 화면은, 지금 우리가 실내에 있을지라도 생동감 있는 휴양지의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행복한 상상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 ©️ MY ART MUSEUM

TRIVIA

 

소호(Soho)

오늘날 패션의 거리로 불리는 소호는 ‘South of Houston’의 약자로 뉴욕에 위치해 있다. 과거에는 공장과 창고가 많았던 이곳은, 대공황 이후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와 갤러리들이 들어오며 예술의 거리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현재는 임대료가 오르며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한 지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