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했던 20세기 미술사를 수놓은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인 마르크 샤갈. 그의 회고전 ‘샤갈 특별전 : Chagall and the Bible’이 오는 4월 10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된다. 꿈을 꾸는 듯한 상상력과 초현실적 화풍으로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전해준 샤갈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처럼 사랑과 낭만을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소재를 담은 작품으로도 명성이 높았다. 그러한 면모를 보여주듯이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국내에서 단독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성서’라는 주제로 22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주최 측은 이에 대해 샤갈이 ‘성서’를 주제로 한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보여주었던, 전쟁과 학살로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에 주목하며, 이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전시로 소개한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를 통하여 전시의 구성뿐만 아니라, 유명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생소할 수도 있는 샤갈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려 한다.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성서’를 모티프로 한 샤갈의 작품 세계가 밀도 높게 펼쳐진다. 에칭과 석판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첫 번째 섹션 ‘샤갈의 모티프’에서는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징 요소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공간의 원근법을 무시하여 환상을 투영하는 화면과 시간의 연속성을 통해, 일상성을 초월하는 생동감과 초자연적 분위기를 느끼게 되며, 자유로운 색채 사용을 통해 그 신비가 극대화된다. 이처럼 독창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는 작품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주제의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샤갈은 러시아의 비테스크 출신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상력으로 그려내어, 그 시대에 흔하지 않은 주제였던 이상향과 향수를 전달해주었다. 또한 그의 초기, 중기에 많이 다뤄졌던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그의 연인과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하고 사람들을 향한 그의 감정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부터 ‘성서’ 교육을 받고 신앙 생활을 해왔던 샤갈은 유대인의 비운과 민족성을 작품에서 드러내며, 그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정신적 에너지를 표출하였다.
이러한 샤갈의 작품 소재를 드러내기 위하여, 두 번째 섹션부터는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성서’에 대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샤갈이 예루살렘을 방문한 후의 영감을 바탕으로 25년에 걸쳐 완성한 삽화 에칭 연작을 감상할 수 있으며, 세 번째 섹션에서는 ‘성서’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을 모티프로 샤갈이 독자적인 해석을 담아 제작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1930년대 이후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경험하며, 샤갈의 작품에는 이전과 달리 어둡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도상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그 시대의 아픔과 함께 현재의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이기에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보냈던 샤갈이지만, 말년까지도 예술의 혼을 놓지는 않았다. 네 번째 섹션에서는 이러한 샤갈의 삶을 보여주듯이, 문학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그의 시와 함께 공개된 삽화와 다양한 주제의 석판화를 통해 다방면에서 예술적 재능을 내보인 샤갈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보게 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일화 중심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샤갈이라는 예술가 자체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작품을 통해 보았던 샤갈의 사랑은 단순히 연인들 간의 감정선에서 그치지 않고, 민족과 인류를 바라보는 근원적 이상향으로서의 사랑임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 마이아트뮤지엄
TRIVIA
에칭(Etching)
뒤러가 최초로 사용한 판화의 기법 중 하나로, 금속판을 부식시켜 제작하는 방법으로 습식부식법이라고도 한다. 중세부터 갑옷 장식무늬를 에칭으로 새기던 방식에서 유래되었다. 이러한 기법은 에칭 침으로 그림을 그려 판의 표면을 벗겨낸 뒤 부식시키며, 부식 진행 중에도 강약 조절을 통해 선의 농도나 굵기를 조절할 수 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NoW] 리히터의 색과 빛2021.07.02
- [NoW] 뱅크시의 자유, 평화, 정의2021.07.30
- [NoW]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웰컴 홈 향연2021.08.27
- [NoW] 앨리스 달튼 브라운2021.09.24
- [NoW] 살바도르 달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2021.10.22
- [NoW] 현 시대 인간에 대한 사유2021.11.19
- [NoW] 하이브 인사이트 기획전 ‘HUMBLE SOULS’2021.12.17
- [NoW]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202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