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초현실주의 거장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이 오는 4월 24일까지 연장되었다. 전시 제목도 ‘달리에서 마그리트까지’로 변경되며, 전시작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보여준다. 초현실주의는 단순히 미술 사조로만 생각되기도 하지만, 미술계를 넘어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뤄졌던 주요 예술 사조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초현실주의를 단순히 환상에 대한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예술적 시각의 결과물로 바라보게 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은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초현실주의 컬렉션을 보유한 미술관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진다. 그러므로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호안 미로, 만 레이 등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원화 작품 18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초현실주의의 방대한 세계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를 예고하는 전시의 시작은 입장부터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하는 색들이 가득한 전시장의 배경과 다음을 예측하기 어려운 공간의 기획은, 보는 이들에게 초현실주의자들의 사유를 몸소 보여주는 듯하다. 이러한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는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더더욱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한 착시를 유발하며, 관람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섹션 1의 막을 여는 ‘초현실주의 선언문’은 1924년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발표한 것으로, 이를 기점으로 초현실주의 미술이 본격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같은 공간에 놓인 달리,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통해 초현실주의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섹션 2에서는 다다(DADA)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합리성에 의심을 품은 뒤샹과 같은, 다다주의자들은 이전까지의 논리들로 설명될 수 없는 오브제, 연극, 음악, 시 등으로 전통적인 미와 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시켰다. 이러한 혁명의 과정은 초현실주의의 전조가 된 것으로 평가받기에 이번 전시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꼭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다.
섹션 3 꿈꾸는 사유와 섹션 4 우연과 비합리성에서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중요한 작업 방식이었던,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과정으로 흡수한 결과물이 소개된다. 길들여지지 않은 생각을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서 꿈을 사용하였고, 이 분야의 선구자였던 달리의 편집증적 사고에 기초한 이미지들은 실체화된 환각의 세계로 보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무의식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한 자동기술법은, 인간이 만들어낸 규칙에 구애받지 않는 순수한 상태를 갈망하며 끊임없는 사유의 자유화를 추구했다.
섹션 5 욕망과 섹션 6 기묘한 낯익음에서는 그들의 작품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들에 집중하게 된다. 자유로운 무의식에 관심을 가지던 초현실주의자들인 만큼,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망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우연성은 작업 세계에 있어 중요한 초점을 맞춘다. 겉으로만 얌전한 인간 본성을 낱낱이 드러내고, 일상에서 사용하던 사물들을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평이한 일상에 신비함을 드리우는 그들의 세계는 초현실주의 선언의 문구를 확연히 보여준다.
“기이한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기이한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사실 기이한 것만이 아름답다.”라는 문장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일상을 뒤흔드는 발상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하여 이번 전시는 초현실주의가 현대 예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그들의 사유와 상상력을 통해 지금의 우리도 새로운 영감과 인간 본성에 대한 창조의 원천으로 다가올 것이다.
TRIVIA
자동기술법(automatisme)
초현실주의 예술의 중요한 기법으로 무의식적 자동 작용을 뜻하며, 무의식의 세계를 의도 없이 기록하고 표현한다. 관습적 기법이나 고정관념, 이성에 의한 통제 없이 인간 잠재의식 세계를 표출하며 의도하지 않은 아름다움과 의미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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