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아티스트가 특정 장르로 구분되는 것을 경계하지만, 일부는 직접 장르를 표방하기도 한다. 최근 새 앨범 ‘Mood Valiant’를 내놓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4인조 밴드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Hiatus Kaiyote)도 그렇다. 그들은 2012년 데뷔 앨범 ‘Tawk Tomahawk’를 발표하며 퓨처 소울(Future Soul)을 내세웠다. 아티스트와 장르 전부 생소했지만, 결과는 눈부셨다. 싱글 ‘Nakamarra’로 2014년 제56회 그래미 어워드의 ‘베스트 R&B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고, 음악 마니아와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끌어냈다.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는 그해 그래미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으며,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후보였다. 단언컨대 신선한 소울 음악, 혹은 장르 퓨전의 정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팀이다.
2010년경부터 대두된 퓨처 소울은 R&B/소울에 기반을 두고 일렉트로닉, 덥스텝, 펑크, 재즈, 팝, 힙합, 록 등 많은 장르가 불규칙적으로 어우러져 구축된 스타일이다. 얼핏 얼터너티브 R&B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르가 ‘퓨처 스로우백 소울(Future Throwback Soul)’로도 불린다는 점을 주목하자. 얼터너티브 R&B가 보컬과 사운드 측면에서 기존 R&B의 울타리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다면, 퓨처 소울은 큰 틀에서 전통적인 부분을 고수한다. 즉, 매우 진보적인 동시에 과거의 향수 또한 품은 음악이다.
그렇게 밴드는 ‘Tawk Tomahawk’로 2000년대 소울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약 3년 만에 발표했던 두 번째 정규작 ‘Choose Your Weapon’(2015)에서 더욱 탄탄한 음악과 구성으로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이번 ‘Mood Valiant’에서도 마찬가지다. 3연속 스트라이크다. 행동의 중단을 뜻하는 ‘Hiatus’와 세상에 없는 단어인 ‘Kaiyote’를 결합한 미스터리한 이름만큼이나 밴드의 음악은 속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매혹적이다. 아마도 평생 경험해보지 못하겠지만, 웜홀에 빨려 들어갈 때의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그동안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의 음악에서 주가 된 건 폴리리듬(polyrhythm: 둘 이상의 서로 다른 리듬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 위로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변주였다. 더불어 실제 연주와 디지털 작법이 절묘하게 맞물린다. 나른한 연주를 타고 비선형적으로 흘러가는 나이 팜(Nai Palm)의 보컬이 여운을 남기는 ‘Nakamarra’(‘Tawk Tomahawk’)를 비롯하여 스윙 스타일의 드럼과 베이스가 주도하는 초반부를 지나 아프로 리듬의 소울로 전환되는가 싶더니 곧 프로그 록(Prog Rock)과 일렉트로닉이 뒤섞인 사운드로 30여 초를 달리다가 다시 처음의 스윙 재즈로 돌아오는 ‘Shaolin Monk Motherfunk’(‘Choose Your Weapon’)는 이들의 오묘한 음악 세계를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새 앨범에선 역동적인 변주가 줄었지만, 여전히 번뜩이는 장르 퓨전과 온몸을 휘감는 사이키델릭한 무드가 감탄사를 유발한다. 브라질의 베테랑 아티스트 아서 베로카이(Arthur Verocai)가 피처링한 ‘Get Sun’은 대표적이다. 잘게 쪼개진 리듬부와 펑키한 베이스 연주가 바탕이 되고 아서가 연출한 스트링 세션이 얹혀서 유려하게 흘러가던 곡은 후반부에 이르러 악기가 하나씩 빠지더니 앱스트랙트 힙합(Abstract Hip Hop: 실험적인 시도를 감행한 힙합의 서브 장르)으로 변주되며 마무리된다. 아티스트로서의 진심과 사명감을 담은 나이 팜의 가사 또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요즘처럼 ‘장르 퓨전의 보편화 시대’엔 ‘그럴듯하게 들리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음악들이 많다. 그러나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는 믿어도 좋다. 전반적인 무드와 뛰어난 연주 그리고 매혹적인 보컬의 합만으로도 희열을 선사하지만, 한 곡 한 곡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여 듣다 보면, 그 이상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그들의 세계로 완전히 흡수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TRIVIA
베스트 R&B 퍼포먼스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가 후보에 올랐던 제56회 그래미 어워드의 ‘베스트 R&B 퍼포먼스’ 부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Snarky Puppy & Lalah Hathaway의 ‘Something’, Tamar Braxton의 ‘Love and War’, Anthony Hamilton의 ‘Best of Me’, Miguel & Kendrick Lamar의 ‘How Many Drinks?’, Hiatus Kaiyote & Q-Tip의 ‘Nakamarra’. 수상작은 Snarky Puppy & Lalah Hathaway의 ‘Something’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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