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6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열리기 며칠 전인 2월 9일, 힙합계로부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스눕 독(Snoop Dogg)이 데스 로우 레코즈(Death Row Records)를 인수했다는 것. 래퍼가 레이블의 대표가 되는 광경은 더 이상 큰 사건이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특별하다. 스눕은 1990년대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부흥을 이끌고 갱스터 랩의 전성기를 열었던 데스 로우 레코즈의 창립 멤버였다. 그가 스눕 독이 아닌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이던 시절이다. 1998년에 레이블을 탈퇴했으니 무려 24년 만에, 그것도 CEO로서 돌아온 셈이다.
1990년대 데스 로우 레코즈의 라인업은 눈부셨다. 스눕 독뿐만 아니라 닥터 드레(Dr. Dre), 투팍(2Pac), 독 파운드(Tha Dogg Pound), 네이트 독(Nate Dogg) 등이 핵심 멤버로 활약했고, ‘The Chronic’, ‘Doggystyle’, ‘All Eyez On Me’와 같은 힙합 클래식이 연이어 배출됐다. 지펑크(G-Funk)라는 혁신적인 장르와 갱스터 랩의 성지였으며, 당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레이블 중 하나였다. 웨스트코스트 힙합 음악의 흐름은 데스 로우 레코즈 전과 후로 나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영원히 순항할 것 같았던 거대한 함선은 한순간에 침몰했다. 악명 높은 레이블의 보스, 슈그 나이트(Suge Knight)의 통치는 결국 부정적인 반응을 불렀고, 닥터 드레의 탈퇴, 투팍의 비극적인 죽음, 스눕 독의 탈퇴가 연쇄 작용처럼 이루어지면서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해졌다. 이후 옛 영광에 기대어 간간이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결국 파산 위기에 처했고, 2009년 와이드어웨이크 엔터테인먼트 그룹(WIDEawake Entertainment Group)에 인수되었다. 당시 데스 로우 레코즈의 부활을 기대한 힙합 팬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발표 결과물을 포함한 옛 카탈로그 발매 외에는 이렇다 할 만한 행보가 없었다.
그렇게 이름만 남아서 언젠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줄 알았던 데스 로우 레코즈를 스눕 독이 품에 안은 것이다. 심각한 로열티 문제로 리스펙트조차 받지 못한 채 문을 박차고 나와 ‘Fuck Death Row’란 앨범을 계획했을 정도로 애증이 들끓었던 레이블의 대표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일단 스눕은 공식 성명에서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던 레이블의 소유권을 갖게 되어 기분이 좋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무엇보다 그의 포부는 크고 명확하다. 상징적이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데스 로우 레코즈의 재건을 넘어 최초의 NFT 음악 레이블로 만드는 것이다. 스눕은 소셜 미디어 채널인 클럽하우스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아티스트를 배출할 것이며, 데스 로우 레코즈가 인디펜던트에서 메이저가 되었을 때 업계를 재편했던 것처럼 메타버스에서 첫 번째 메이저 레이블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눕 독은 최근 약 1년 동안 NFT를 적극 활용해왔다. 지난 2021년 3월엔 'NFT'라는 트랙과 ‘스눕 도지 코인스(Snoop Dogge Coins)’를 포함한 그의 유년기 추억이 담긴 NFT 컬렉션을 내놓았고, 데스 로우 레코즈인수와 함께 발표한 새 앨범 ‘BODR(Bacc on Death Row)’을 블록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관해 스눕은 항상 변화하는 음악 산업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것을 바꿀 거라고 했다. 특히 협상에서 아티스트와 팬에게 유리하도록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으며, 데스 로우 레코즈가 그 선두에 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음악계가 NFT를 수용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개척할 부분이 훨씬 많이 남은 분야다. 그렇기에 새로운 대표를 맞이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뀐 데스 로우 레코즈가 과거의 영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The Chronic’과 ‘Doggystyle’을 동시대에 들으며 성장해온 힙합 팬이라면, 지금은 스눕 독이 데스 로우 레코즈의 수장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감동적이고 의미 있을 것이다. 그가 그랬듯이 말이다(“This is an extremely meaningful moment for me.”).
TRIVIA
스눕이 1998년 슈그 나이트를 모욕하기 위해 만든 앨범 ‘Fuck Death Row’는 발매되지 않았다. 노 리밋 레코즈(No Limit Records)의 대표 마스터 피(Master P)가 만류했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스눕이 힙합 라디오 쇼 ‘더 브렉퍼스트 클럽(The Breakfast Club)’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계약을 논의하던 노 리밋 레코즈의 마스터 피가 후폭풍을 우려하여 앨범을 공개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스눕은 설득됐고, 다른 앨범 작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눕은 마스터 피의 만류가 본인을 살렸다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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