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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LL 쿨 J,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다
랩 슈퍼스타, ‘전설 인증' 받다
2021.11.05
Credit
글. 강일권(리드머, 음악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대중음악계에서 아티스트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예는 무엇일까? 나에게 떠오른 답은 하나다. 전설이 되는 것. 홍보성으로 남발되는 수식이 아니라 대단한 업적을 남긴 아티스트에게 부여되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전설 칭호는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허락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설의 조건은 무엇인가?
몇 가지가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시상식의 주요 부문 수상, 차트의 신기록 수립, 평단이 칭송하는 걸작 보유 등등…. 물론, 모두가 공감하거나 동의하는 전설의 조건이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음악 팬이 수긍하는 확실한 기준만큼은 하나 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 Roll Hall of Fame)’에 입성하는 것. 말하자면, 이는 ‘전설입니다.’라는 공식 인증 마크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1983년에 설립된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대중음악 산업계에 큰 영향을 끼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를 매해 선정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록해왔다. 아티스트의 대부분이 이곳에 헌액되는 것을 매우 영예스럽게 여긴다. 원래는 로큰롤의 탄생과 발전 및 로큰롤을 지속시키는 데 기여한 이들의 업적을 기념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이후 팝, 재즈, R&B/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로 범위가 확장됐다. 다만, 힙합 아티스트에게 문이 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명예의 전당이 설립된 지 무려 20년이 훌쩍 넘은 2007년이 되어서야 최초 입성자가 나왔다. 그 주인공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앤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를 시작으로 런 D.M.C.(Run-D.M.C./2009),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2012),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2013), N.W.A(2016), 투팍(2Pac/2017),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2020)가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21년 10월 3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로켓 모기지 필드하우스(Rocket Mortgage Fieldhouse)에서 열린 제36회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식에서 또 한 명의 힙합 아티스트가 헌액됐다. ‘숙녀들은 멋진 제임스를 사랑해(Ladies Love Cool James)’를 뜻하는 LL 쿨 J(LL Cool J)다. 그는 드레이크(Drake) 이전에 가장 인기 많은 팝-랩 스타였다.
"LL 쿨 J의 작업물에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다양한 힙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는 뉴욕 퀸즈를 대표하는 뿌리에 충실하면서 랩 음악계 최초의 팝 슈퍼스타가 되었죠. (중략) 당신과 당신의 엄마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매우 드문 아티스트!”
입성식 축하 행사에서 닥터 드레(Dr. Dre)가 LL 쿨 J에게 바친 헌사는 그가 명예의 전당에 마땅히 헌액되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동시에 LL 쿨 J라는 아티스트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표현했다. 1985년, 열일곱 살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 LL 쿨 J는 지금까지 발표한 정규 앨범만 13장이다. 그중 연속된 네 작품 ‘Radio’, ‘Bigger And Deffer’, ‘Walking With A Panther’, ‘Mama Said Knock You Out’과 수많은 걸작이 쏟아진 1990년대 힙합 황금기에 나온 ‘Mr. Smith’ 등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앨범이다.
특히 그를 대표하는 작품은 ‘Mama Said Knock You Out’이다. 나오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1989년에 세 번째 앨범 ‘Walking With A Panther’를 발표한 이후, 그는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다. 급격히 바뀌어가던 힙합 씬의 흐름과 몇몇 래퍼들의 비난 탓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갱스터 래퍼들은 1990년대 들어 힙합계의 주도권을 거머쥐었고, 그들의 기준에서 이른바 '하드코어하지 않은' 래퍼들은 종종 공격 대상이 되었다. 범대중적인 팝 랩 히트곡을 보유한 LL 쿨 J도 타깃 중 하나였다. 이 같은 현실에 지쳐가던 그는 어느 날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고민을 토로하기에 이른다. 할머니는 평소 그의 재능을 누구보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가 갱스터 랩의 인기와 신진 래퍼들의 디스 사이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하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오 아가, 그냥 나가서 때려눕히렴!(Oh baby, just knock them out!)"
동명 타이틀 싱글인 ‘Mama Said Knock You Out’과 앨범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할머니의 조언대로 그를 비난하던 래퍼들을 향해 전투적으로 랩을 쏟아 부은 이 앨범을 통해 LL 쿨 J는 성공적으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리고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커다란 기복 없이 인기를 유지해왔다.
적어도 2010년대 이전까지 힙합 역사 속에서 팝 래퍼 대부분의 생명력은 매우 짧았다. 더불어 팝 래퍼와 하드코어 래퍼의 이미지를 동시에 획득하며 성공한 이는 매우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LL 쿨 J가 닥터 드레의 말처럼 “희귀한” 아티스트인 것이다. 그가 명예의 전당에 오른 걸 축하하는 무대에는 닥터 드레 외에도 에미넴(Eminem)과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가 참여했다. 에미넴은 LL 쿨 J의 대표곡 중 하나인 ‘Rock The Bells’를 함께 불렀고, 제니퍼 로페즈는 2002년에 발표한 그와의 컬래버레이션 트랙 ‘All I Have’를 선보였다. LL 쿨 J의 존재만큼이나 특별한 퍼포먼스였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새로운 힙합 아티스트이자 진정한 전설, LL 쿨 J에게 리스펙트를 보내며!
TRIVIA
본문에서 언급한 ‘Mama Said Knock You Out’은 LL 쿨 J가 쿨 모 디(Kool Moe Dee)를 디스한 곡이기도 하다. 쿨 모 디는 힙합 선구자 중 한 명으로서 ‘How Ya Like Me Now’란 곡을 통해 먼저 LL 쿨 J를 공격했다. 그가 본인의 랩 스타일을 베꼈으며, 선구자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LL 쿨 J가 반격을 가하면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는데, ‘Mama Said Knock You Out’은 쿨 모 디의 디스를 두 번째 맞받아친 곡이었다. 둘의 디스전은 1993년이 되어서야 종료됐다.
몇 가지가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시상식의 주요 부문 수상, 차트의 신기록 수립, 평단이 칭송하는 걸작 보유 등등…. 물론, 모두가 공감하거나 동의하는 전설의 조건이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음악 팬이 수긍하는 확실한 기준만큼은 하나 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 Roll Hall of Fame)’에 입성하는 것. 말하자면, 이는 ‘전설입니다.’라는 공식 인증 마크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1983년에 설립된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대중음악 산업계에 큰 영향을 끼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를 매해 선정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록해왔다. 아티스트의 대부분이 이곳에 헌액되는 것을 매우 영예스럽게 여긴다. 원래는 로큰롤의 탄생과 발전 및 로큰롤을 지속시키는 데 기여한 이들의 업적을 기념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이후 팝, 재즈, R&B/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로 범위가 확장됐다. 다만, 힙합 아티스트에게 문이 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명예의 전당이 설립된 지 무려 20년이 훌쩍 넘은 2007년이 되어서야 최초 입성자가 나왔다. 그 주인공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앤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를 시작으로 런 D.M.C.(Run-D.M.C./2009),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2012),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2013), N.W.A(2016), 투팍(2Pac/2017),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2020)가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21년 10월 3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로켓 모기지 필드하우스(Rocket Mortgage Fieldhouse)에서 열린 제36회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식에서 또 한 명의 힙합 아티스트가 헌액됐다. ‘숙녀들은 멋진 제임스를 사랑해(Ladies Love Cool James)’를 뜻하는 LL 쿨 J(LL Cool J)다. 그는 드레이크(Drake) 이전에 가장 인기 많은 팝-랩 스타였다.
"LL 쿨 J의 작업물에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다양한 힙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는 뉴욕 퀸즈를 대표하는 뿌리에 충실하면서 랩 음악계 최초의 팝 슈퍼스타가 되었죠. (중략) 당신과 당신의 엄마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매우 드문 아티스트!”
입성식 축하 행사에서 닥터 드레(Dr. Dre)가 LL 쿨 J에게 바친 헌사는 그가 명예의 전당에 마땅히 헌액되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동시에 LL 쿨 J라는 아티스트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표현했다. 1985년, 열일곱 살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 LL 쿨 J는 지금까지 발표한 정규 앨범만 13장이다. 그중 연속된 네 작품 ‘Radio’, ‘Bigger And Deffer’, ‘Walking With A Panther’, ‘Mama Said Knock You Out’과 수많은 걸작이 쏟아진 1990년대 힙합 황금기에 나온 ‘Mr. Smith’ 등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는 앨범이다.
특히 그를 대표하는 작품은 ‘Mama Said Knock You Out’이다. 나오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1989년에 세 번째 앨범 ‘Walking With A Panther’를 발표한 이후, 그는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다. 급격히 바뀌어가던 힙합 씬의 흐름과 몇몇 래퍼들의 비난 탓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갱스터 래퍼들은 1990년대 들어 힙합계의 주도권을 거머쥐었고, 그들의 기준에서 이른바 '하드코어하지 않은' 래퍼들은 종종 공격 대상이 되었다. 범대중적인 팝 랩 히트곡을 보유한 LL 쿨 J도 타깃 중 하나였다. 이 같은 현실에 지쳐가던 그는 어느 날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고민을 토로하기에 이른다. 할머니는 평소 그의 재능을 누구보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가 갱스터 랩의 인기와 신진 래퍼들의 디스 사이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하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오 아가, 그냥 나가서 때려눕히렴!(Oh baby, just knock them out!)"
동명 타이틀 싱글인 ‘Mama Said Knock You Out’과 앨범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할머니의 조언대로 그를 비난하던 래퍼들을 향해 전투적으로 랩을 쏟아 부은 이 앨범을 통해 LL 쿨 J는 성공적으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리고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커다란 기복 없이 인기를 유지해왔다.
적어도 2010년대 이전까지 힙합 역사 속에서 팝 래퍼 대부분의 생명력은 매우 짧았다. 더불어 팝 래퍼와 하드코어 래퍼의 이미지를 동시에 획득하며 성공한 이는 매우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LL 쿨 J가 닥터 드레의 말처럼 “희귀한” 아티스트인 것이다. 그가 명예의 전당에 오른 걸 축하하는 무대에는 닥터 드레 외에도 에미넴(Eminem)과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가 참여했다. 에미넴은 LL 쿨 J의 대표곡 중 하나인 ‘Rock The Bells’를 함께 불렀고, 제니퍼 로페즈는 2002년에 발표한 그와의 컬래버레이션 트랙 ‘All I Have’를 선보였다. LL 쿨 J의 존재만큼이나 특별한 퍼포먼스였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새로운 힙합 아티스트이자 진정한 전설, LL 쿨 J에게 리스펙트를 보내며!
TRIVIA
본문에서 언급한 ‘Mama Said Knock You Out’은 LL 쿨 J가 쿨 모 디(Kool Moe Dee)를 디스한 곡이기도 하다. 쿨 모 디는 힙합 선구자 중 한 명으로서 ‘How Ya Like Me Now’란 곡을 통해 먼저 LL 쿨 J를 공격했다. 그가 본인의 랩 스타일을 베꼈으며, 선구자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LL 쿨 J가 반격을 가하면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는데, ‘Mama Said Knock You Out’은 쿨 모 디의 디스를 두 번째 맞받아친 곡이었다. 둘의 디스전은 1993년이 되어서야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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